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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2회_ 동상] 명화를 그려나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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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그려나간다는 것은,




  2021년 1월 7일, 어제 나는 장석란 선생님과의 8회기 째 상담을 마치고 왔다.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시간 사정으로 인해 선생님과 상담을 미루게 되는 일이 좀 많았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이제 거의 상담 10회기가 모두 끝나간다. 상담을 통해서 얻은 것이 많은 만큼 마지막까지 이 상담이 잘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심리상담을 참여하게 된 동기를 묻는다고 한다면.... 지금 나를 가두고 있는 철창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매우 어릴 때부터, 우울감을 느꼈던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내가 우울증이 있는 것 같다고 어느 정도 확신에 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담임 선생님께 죽을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었다. 부모님이 나를 걱정하는 것이 오히려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부모님께 말씀드린다고 해서 나의 상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내 자신을 방치한 채로 끙끙 앓으면서 대학에서 1년을 넘게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내 상태가 나아지기는커녕 늪에 빠진 듯 점점 안 좋아지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특히나 대학에 와서 처음 하게 되었던 좋지 못한 여러 경험이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때는 경험할 수 없었던, 내게는 너무나 감당하기 어려운 경험이었고, 시간이 점점 더 지날수록 내가 하는 경험들은 더더욱 내가 감내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그 상황을 회피하고자 사람들을 피해 다니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살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외로움 또한 느끼고 다양한 것에 대한 욕구 또한 컸었기 때문에, 내적인 모순, 갈등을 느껴왔었다. 더 나아지고 싶었지만 나 혼자서는 내가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없었기에 너무 답답하고 매일 힘듦, 지침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이 없지 않을까? 뭐라도 한 번 해보자.” 그래서 용기를 내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내가 대학에 와서 어떤 일을 겪었었는지, 나의 상태가 어떤지에 대해서 말이다. 다행히 부모님이 나에 대해 과한 걱정은 하지 않으셨다. 내가 제일 우려되었던 것이 부모님께서 나에 대해 과하게 걱정하시는 것이었는데, 다행히도 부모님은 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침착한 태도를 보이셨고 어머니의 지인분께서 하시는 심리상담소에 가보자고 제안을 하셨다. 심리상담소에서 우리 가족은 여러 검사를 거쳤다. 지능검사부터 시작해서 MMPI, MBTI까지 되게 다양한 검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검사가 끝나고 며칠 뒤에 상담자 선생님께서 결과를 알려 주셨다. 나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었다. 내 우울지수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었고, 선생님께서는 이 정도면 학교생활을 지금까지 그렇게 해온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이 있는데, 내 본래 IQ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 우울증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로 인해 그 IQ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까지 밤을 새워가면서 남들보다 더 공부하고, 남들이 하고 싶은 것 할 때 나는 그러한 다양한 경험들을 포기하고 오직 공부에만 매진하고 대학에 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삶을 살았던 것의 원인이 내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내가 지금 아프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상태가 정말 많이 안 좋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 선생님께 그 말을 들었을 때 앞으로 내가 나아지면 된다는 생각보다, 나는 지금까지 너무 바보같이, 멋없이 살아왔고 그게 후회스럽기만 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어느새 뭐든지 부정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내 내면에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그것은 고치기 쉽지 않았다.


  상담 선생님의 권장으로 나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했다. 나는 내가 거주하고 있는 자취방 근처에 있는 강원대학교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담당 교수님께서 진료 첫날에 약을 처방해주시면서 내게 나래관에 있는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말씀하셨다. 강원대학교 학생이면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상담자 선생님들도 매우 뛰어나신 분이기 때문에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할 것을 권장하셨다. 매우 긴 이야기를 썼는데, 내가 나래관 상담센터에서 심리상담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이렇다.


  상담을 신청하러 상담센터에 갔다. 선생님 한 분께서 신청서 작성에 관해 나를 안내해주셨고, 내가 상담을 신청하게 된 이유에 관해서 질문해주셨다. 나는 우울과 불안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답했고, 선생님은 조심스레 왜 그런지 구체적으로 물어봐 주셨다. 선생님은 나의 대답을 되게 신경 써서 들어주셨고 잘 공감해주셨다. 그리고 며칠 뒤에 담당 선생님이 정해지면 문자가 갈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마지막까지 잘 안내해주셨다.


  문자가 왔다. 내 담당 상담자는 장석란 선생님이셨고, 선생님과 나는 일정을 잡고 상담실에서 첫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 상담 수업에서 배운 것처럼 선생님께서는 지금 현재 본인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 내담자가 이 상담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질문해주셨다. 내 말을 매우 주의 깊게 경청해주시고 중요한 내용들을 받아 적으셨던 기억이 있다. 그동안 사람들 앞에서 하지 못했던 내 이야기를 다 들어주시고 너무나도 잘 공감해주셔서 마음 한 켠에 있던 답답함이 좀 풀리는 듯했다. 올해 들어서 내게 너무 힘들고 말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았었는데, 선생님께서 그러한 내 이야기들을 다 들어주시고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그 문제들을 풀어나가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선생님께서 내가 겪는 문제에 대해서 피드백을 해주실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말씀이, “네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여라.”라는 말씀이었다. 내가 잠을 잘 못자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을 때 해주신 말씀인데, 사실 그 당시에는 이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지금 너무 힘든데, 이것을 고쳐야 하는데, 왜 이것을 그냥 받아들이라고 하시는 것인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이 이제야 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잠을 못자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를 뿐인 것이다. 내가 우선시하는 것이 휴식보다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그것이 남들과의 차이로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으로부터 내 변화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동안은 남의 눈치를 보며 그것에 맞추며 살아가려고 노력했지만, 이제는 내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학기 학점이 사실 좋게 나오지 않았다. 수업 시연 과제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는데, 나는 수업 시연 영상을 만들 당시에 내가 1등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교수님은 여러 이유를 대시면서 내 수업 영상이 좋지 못했다고 말씀하셨다. 며칠간 그것 때문에 좀 힘들었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그 수업 시연은 나의 색깔을 잘 살리고 흥미를 잘 유발할 수 있는 좋은 수업 시연이었다. 교수님이 나를 보고 틀렸다고 할지언정 내가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생각해보면 결국 선택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내 자신이었고, 선생님, 친구들의 조언을 구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해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선택이 틀릴 때도 있었지만 맞을 때도 있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잠을 못 자고, 우울하고, 불안하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틀렸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그림도 완성되기 전까지는 예쁜지, 예쁘지 않은지 알 수 없다. 순간 잘못되어 보이는 것이 있을지라도 그것이 오히려 내 그림을 더 멋있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내 상태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의 나의 상태가 나쁜 것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경험이 나의 인생 전체에서 봤을 때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부만 하며 살고 제대로 쉬거나 놀지 못했기 때문에, 후회스럽고 우울하긴 하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쉬는 것과 노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먼 훗날에는 이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다른 사람들은 흉내내지 못하는, 멋진 명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담을 받으면서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다. 내 감정에 집중하고, 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서 공감 능력과 삶의 지혜와 같은 인성적인 역량이 많이 커졌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내가 이번 학기에 매우 바쁜 일이 많았기 때문에 상담에 못가거나 미루게 되는 일이 좀 많았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내가 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런 것을 깨닫고 점점 고쳐나가면서 협동의 역량 또한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 상담을 통해 실천의 역량을 제일 많이 키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지만, 상담을 받으면서 나에게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 자신의 삶을 살고자하는 마인드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내가 내 스스로 나의 삶의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좇아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나와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 학우분들이 꽤나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 힘들고 견디기 어렵겠지만, 결국에는 지나가고 언젠가 자신의 유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삶에서 정답은 없기 때문에 본인이 느끼고 있는 우울이나 불안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든지 하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그저 멋진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남이 원하는 삶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처럼 상담을 받는 것이 너무 아프기 때문에, 잘못되었기 때문에 받는 것이라는 생각은 되도록 안 했으면 한다. 누구나 각자의 문제가 있고, 우리가 인간이기에 그것을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하기는 어려우므로 도움을 받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역사 속에 있어 왔던 인류 사회도 결국에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진 유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도 그저 도움이라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받아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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