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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3회_ 최우수상] 내 모습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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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상반기,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단순히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이 줄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줄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인해 집단보다는 개인 형식의 활동이 모든 곳에서 주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나를 넘어서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궁금했다. 또한, 매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던 터라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그리웠다. 그러던 중, 집단상담 교과목의 실습이었던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집단상담은 6회기 모두 ZOOM을 이용한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과연 비대면으로 집단을 이루어 상호작용하는 것이 가능할지 처음에는 의심이 컸다. 또한, 나는 평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낯선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나는 이러한 나의 내성적인 모습을 싫어했는데, 집단상담에서 수줍음 많은 나의 모습을 잘 감출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첫 회기를 마치고 난 후 노트북을 닫은 채 멍하니 앉아있게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화상으로 대화하는 일은 무척 어려웠으며, 집단 리더 선생님은 능동적인 참여를 강조하셨다. 왠지 모를 반감으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나머지 회기는 그냥 대충 참여하고 종결해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나의 태도 때문인지 두 번째 회기 이후로 집단 내의 역동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집단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집단원들과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집단원들로 나뉘고 있는 것 같았다.


 몇몇 집단원들의 소극적인 참여가 불편하다고 말하는 집단원이 있는가 하면,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지 않은 채 방어적으로 임하는 집단원들도 있었다. 나는 후자에 속했다. 나는 활발한 성격의 집단원들과 능동적인 자세를 강조하는 집단 리더 선생님이 이해되지 않았고, 집단상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커져만 갔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인 약점을 누군가 건드렸기 때문이다.


집단 리더 선생님이 나의 이러한 상태를 파악했던 것인지, 나에게 현재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것을 요청했다. 나는 솔직한 마음으로 분노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고, 그 순간 집단의 분위기는 잠시 냉랭했다. 하지만, 나의 발언에 대한 집단 리더 선생님의 반응은 상당히 수용적이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이해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해당 회기를 마친 후 나는 내성적인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의 내성적인 성격을 이해받는 경험이 큰 지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계기로 집단상담에 참여하는 나의 태도는 크게 달라졌다. 집단에 최선을 다해 참여하여 이를 온전히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고, 다른 집단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도록 노력하기 시작했다. 자기를 수용하고 타인을 수용하려고 하자, 나는 내성적인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어졌다. 그들이 사는 삶이 궁금해졌고 그들의 고통이 공감되었다. 다른 집단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공감하자 한 가지 커다란 발견이 있었다. 그들은 결코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코로나 시대를 보내면서 같은 문제로 어려워하고 있었고, 같은 학년을 보내면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는 최근 진로 고민이 많았던 나에게 큰 위로로 다가왔다. 이런 문제로 나만 힘든 게 아니고, 이를 나누며 서로 지지해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종결하고 난 후, 나의 변화에 있어 집단 리더 선생님의 역할이 컸음을 느꼈다. 또한, 선생님에게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공존했다. 초반 회기들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며 선생님에게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한 것이 혹여나 선생님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가장 컸다. 내가 집단상담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면서 집단상담의 힘을 온전히 체험하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마음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표출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고, 이를 공감적인 태도로 나에게 돌려주었던 것이 나에게 큰 지지가 되었다. 나의 감정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선생님이 존중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경험한 변화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집단상담 참여로 인해 나는 성장을 경험했다. 몇 가지 역량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마지막 학년을 보내며 갖고 있던 진로 고민을 집단상담을 통해 해소함으로써 나의 미래를 열심히 준비할 수 있는 동기를 얻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집단원들에게 지지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나에게 진로를 계획하는 데 있어 큰 힘이 되었다.


또한, 나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자기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집단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내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를 이해하고, 이러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내적인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단 속에서의 나, 그리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능력도 함양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나 자신과 타인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집단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아를 성찰하고, 심리적인 갈등을 극복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집단상담 프로그램 참여로 인해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타인과 협동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집단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집단원들과 협동하고,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 배려하는 경험을 통해 나의 대인관계 능력을 향상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나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다른 타인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성적인 나를 싫어했던 자신을 수용함으로써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불편한 타인과 편안한 마음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변화를 위해서 자기 주도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나는 나와 비슷하게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꺼리는 이들에게 집단상담을 권하고 싶다. 그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타인을 수용함으로써 건강한 대인관계 능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그의 저서에서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때, 나는 변화한다.”라고 말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변화하게 된다는 말은 모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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