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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수기

[2022학년도 4회_우수상]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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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걸어 들어온 길

낯선 타지에서 시작한 나의 대학생활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동시에 더 많은 인맥을 쌓을 수 있을 거라는 욕심과 기대도 함께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만날 때면 나를 가꾸기 바빴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나, 편안한 나, 좋은 사람을 계산하며 대화했고 관계는 그런 나의 욕심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자꾸만 긴장 가득한 면접장 속에서 오답들을 내놓는 기분이었다. 내가 내뱉는 말들은 위태롭게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갈 때, 혼자 산책을 할 때,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고 할 때, 생기는 나 혼자만의 시간은 그날 내가 뱉은 말들을 청산하는 시간이었다. 이 말은 어떠하고 저 말은 또 어떠하고. 내가 세운 엄격한 틀에 이리저리 맞대보며 잣대를 내렸고 자기혐오의 말들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나를 베어갔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맺고 있는 모든 관계가 불안하게만 느껴졌다. 자꾸만 사람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가끔은 모든 관계를 두고 도망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너무나 맞닿아 있었고 우울은 나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누군가 이런 나를 고쳐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당장 이 우울의 늪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찾은 해결책이 바로 학교 내에 있던 심리상담센터였다. 사실 상담센터는 내가 갈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곳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고민에 비하면 내 고민은 아무것도 아닐거야’, ‘나는 너무 별것 아닌 걸로 상담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또한 고등학교 때 가정폭력 피해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상담사분은 내 이야기를 듣고자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현재의 상태는 어떤지, 나아지고 있는지만 강조해서 물어보았고 나는 상담에 흥미를 잃었다.

그래서 상담은 내게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다 우울이 극에 달했을 때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상담센터에 발을 들인 것이다.


- 첫 번째, 정적

나의 첫 고민은 정적이었다. 나는 원래 정적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정적은 곧 타인과의 소통 부족으로 느껴졌고 내 부족함 때문에 모든 정적이 생기는 것 같았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흥미가 없어서 상대방도 이야기를 하고자 하지 않는 걸까 의구심도 들었다. 또한 내 이야기가 지루해질까 전전긍긍했다. 그래서 늘 침묵이 괴로웠고 대화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없어졌다.

그런데 상담사분께서는 우리가 하고 있는 대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 하셨다. 상담 도중에 생기는 정적에 대해서는 평소에 생각하던 고민은 들지 않았다. 웃음 요소가 없는 진지한 주제의 이야기만 나누는데 불편함은 없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상담 도중에 웃음이 터져 나올 때도 있었다. 그것을 깨닫고 나니 내가 정적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변환되었다.


- 두 번째, 위로

내가 한창 우울에 빠져 있었을 때, 나는 우울을 되려 몸 밖으로 꺼내는 사람이었다. 무언가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불우한 가정사는 내게 너무나 좋은 안줏감이었다. 가난의 설움, 아버지에 대한 원망, 집의 부재 등 자극적인 불운들은 감정을 극에 치닫게 하기 쉬웠다. 그렇게 펑펑 쏟아내고 나면 어딘가 텅 빈 느낌이 나면서 감정들이 일시적으로 소멸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어서 가끔씩 그런 식으로 풀곤 했다.

나의 이야기들은 타인에게 말하기에 너무나 어둔 이야기들이었으며 어쩐지 동정을 갈구하는 것 같아 꺼려졌다. 자기연민에 빠진 것 같아 그런 내가 싫었다. 그러나 위선적이게도, 동시에, 어느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여전히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했다.

상담사분은 그런 나의 옛 이야기를 꺼내어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위로 받고 충분히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충분히 아파할 수 있는 시간을 자기 객관화로 여기며 덮어버리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나는 한 번도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풀어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상담을 통해 내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큰 위로를 받았고 이후에는 가정사에 대한 우울은 떠오르지 않았다. 충분히 아파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해소되지 못한 갈등이 해결된 것이다.


- 세 번째,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

내겐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 없다고 믿어왔다. 나는 개개인에게는 그러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상담을 진행하였고, 남자친구와 약속에 관한 갈등을 해결하면서 그런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잘 보는 사람이었다. 그날따라 평소와 다른 행동과 태도를 드러내는 친구가 있으면 신경이 쓰였고 가끔은 그 친구에게 혹시 내가 실수한 것은 없는지, 나에게 기분이 나쁠 만한 무언가 있었는지 물어봤다. 그러면 모두 그런 일은 없다고 넘어갔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이 없었다. 그래서 내겐 그런‘능력’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남자친구에게 혹시 내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기분이 나쁠만한 행동을 한 게 있는지 물어봤다. 남자친구는 처음에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런 남자친구를 기다려줬고 결국 남자친구의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이러한 경험이 신기했다고 상담사분께 말을 드렸다. 그러자 그분은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에 대해 반문하셨다. 과연 그것을 ‘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였다. 서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하는 마음이 있고 솔직한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며 그것은 ‘능력’인가 나 자신에게 질문하며 생각을 고치게 되었다.


- 마지막, 성장

내가 상담을 시작한 근본적인 이유는 타인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어떤 날에는 인생은 혼자라고 호기롭게 생각하며 이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도망칠 궁리를 하다가도 부딪치지 않고 도망치는 나에 대해 또 후회가 들 것 같았다. 여전히 타인과의 관계를 잘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상담을 시작하였고 상담을 통해 얻게 된 느낌과 조언대로 삶의 방향을 잡고자 한다. 이대로 실행만 한다면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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