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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4회_장려상]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거울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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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학창 시절은 동네 친구들과 주로 교류하면서 지낸다. 그에 반해 대학교는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다. 같은 학년이지만 더 이상 언제나 동갑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되고, 언행도 예전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입학 초기에 대학교에서 대인관계를 형성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다행히도 1학년은 코로나19 때문에 줌 수업을 주로 해서 문제점을 못 느꼈다. 문제점을 인식하게 된 시기는 대면 수업으로 바뀐 2학년이었다.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다양한 성격의 차이로 발생하는 의견 대립과 선배들과의 의견 차이 등 다양한 대인관계 문제는 나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쩌면 우스꽝스러운 얘기겠지만 이때의 스트레스가 현재 스트레스성 탈모와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대인관계로 가장 힘들어하던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게 학생 심리상담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자세히 찾아보니 개인 상담, 집단상담으로 나뉘어 있었고, 학업, 진로, 대인관계 등 다양한 분야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내 마음을 가장 괴롭게 하는 대인관계로 상담을 받고자 했다. 그렇게 첫 심리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 시작할 때 나는 몇 가지 심리검사를 진행했다. MBTI 검사와 성격 검사 등을 진행했는데, 첫 상담과 심리검사, 심리검사 결과 상담으로 진행했다. 나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로 성격을 파악할 수 있었고 내 생각엔 추후 본격적인 심리상담에서 상담 선생님이 나를 상담하실 때 참고하시는 게 아닐까 싶었다. 유독 여름 볕이 뜨거웠던 2022년 한여름에 시작한 나의 학생상담은 영하에 날씨와 눈이 얼어붙는 겨울에 끝이 났다. 그리고 나는 한층 성숙하게 성장했다.


상담 선생님을 배정받고 첫 상담에 들어갔을 땐, 솔직하게 말해서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도 잘 몰랐다. 속 얘기를 처음부터 다 꺼내자니 내가 부담감을 느꼈고, 그렇다고 해서 빙빙 돌려 말하면 제한된 상담 횟수 안에 내가 원하는 상담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거 같았다. 난 1학기가 끝나고 대인관계에 대한 평가를 냉소적으로 하게 되었다. 사람을 믿는 건 내게 상처로 다가왔고, 상처에서 오는 배신감, 분노, 짜증은 내 자존감을 낮추는 요인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됐다. 날씨도 푹푹 찌는 데 학원에 다니는 상황에서 비대면 줌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하는 데 방학 내내 고난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안 맞아서 예정된 상담을 못 하거나 장소의 문제로 인해 미뤄지는 등의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진정한 상담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는 2학기가 개강한 이후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내가 말하는 상황과 최근 내게 일어났던 일들을 차근차근 들어주셨다. 그 후 그때의 내 감정을 살펴보면서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씀해주셨다. 내가 화가 났던 일을 말씀드리면 왜 화가 났는지, 상대방의 어떤 행동이 구체적으로 화가 났는지 등을 여쭤보셨다. 그 과정에서 난 상황을 돌이켜보게 되면서 어쩌면 인정하기 싫었던 나만의 색안경을 벗을 수 있게 도와주셨다. 상대방으로선 다른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 나와는 생각이 전혀 다른 사람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 내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 등 다양한 해답을 알려주셨다. 해답을 알려주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주 상담이 예정되어 있으니 다음 상담까지 경험하는 일들에 해답을 적용해보는 연습도 권유해주셨다.


내가 2학기에 겪는 많은 일에 솔루션들을 적용해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됐다. 스스로 되묻고 답을 얻어내기까지는 생각 외로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내게 가장 어려웠던 솔루션은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나 자신 본연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말로는 쉬워 보였지만 막상 인정하기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는 몰랐다. 어쩌면 허울뿐인 자존심이라는 걸로 인정하기를 거부해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본모습을 바라보고 인정하기를 배우게 되는 과정에서 선생님의 끊임없는 피드백이 오갔다. 인정하기와 자신 바라보기를 잘하다가도 순간 감정에 동요되어 모래탑 무너지듯이 실패하는 게 부지기수였다.


내가 상담하면서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으면서 체득하게 된 습관들이 있다. 첫째,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와는 생각이 다르면 ‘틀리다’라고 인식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다르다’로 이해하고 상대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가 지금 우울하구나, 내가 지금 행복하구나,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이렇게 내가 현재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셋째, 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듯이 타인도 그러하다. 나도 실수를 하는 사람인 것처럼 상대방의 행동에서도 관용을 베풀고 배려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렇게 깨달았다고 상담의 효과를 온전히 체득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실천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닌 건 아니라고 봐야 하지 않나?’라던가, 도무지 내 상식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들에서 오는 괴리감을 스스로 해결해보거나 결국 해결하지 못한 채 다음 상담 시간에 선생님께 말씀드리기도 했다. 또는 우울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걸 인식했지만, 인식을 넘어서 우울감에 잠겨 있기도 했다. 때론 우울감에 빠져 과거 대인관계를 냉소적으로 바라봤던 과거의 행동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렇듯 내가 2학기 내내 상담을 받으면서 매주 골똘히 마음속의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게 되었는데, 이 경험은 내가 가장 뜻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정적으로 상담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땐, 선생님께 칭찬받을 정도로 나름 습관이 형성되었던 것 같다. 과거의 내가 했던 말들과 행동들을 회고하면서 부끄러움, 죄책감, 후회와 같은 감정들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앞으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때의 내가 이러한 점을 몰랐고, 현재는 이런 점을 알게 됐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리면서 더 자세한 상담을 받게 되었다. 이로써 여름부터 겨울까지 이어진 나의 심리상담은 끝이 나게 되었다. 개인 심리상담은 약 4개월 정도의 짧다면 짧은 상담 기간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해봤을 땐,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얼마만큼 시간을 할애하는지에 따라 상담의 효과는 무궁무진한 경험을 안겨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대인관계에 관한 심리상담을 진행해본 결과, 강원대학교 인재에 맞는 5대 핵심역량 중 창의 역량, 협동 역량, 실천 역량을 대표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원대학교 학생상담센터에서는 미래 역량을 제외한 인성, 창의, 협동, 실천 역량 모두가 향상될 수 있다. 협동 역량에는 상대와 견해차에서 ‘배려하는 법’에 해당하는 ‘그럴 수 있지’와 타인의 의견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보게 된 점이 대표 사례다. 창의 역량에서는 내 본모습을 스스로 되묻고 바라보는 자세가 해당한다. 그리고 창의, 협동 역량을 상담으로 높이고 나면, 궁극적으로 인성, 실천 역량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된다. 나에 대한 자기 이해가 높아지며, 자존감이 커지고 남을 배려하는 정신이 생기게 된다. 또한, 자존감이 높아지니 무슨 일을 진행할 때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나 역시 핵심역량에 해당하는 능력들이 상담받기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걸 눈으로 체감하고 있어서 이번 2학년 때 더없이 뿌듯한 경험으로 남는 상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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