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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4회_가작] 가치감을 유지하는 데 있어 덜 파괴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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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후에 스스로 어딘가 비틀려 있고 평소 생각들이 결국 부정적인 결과로 귀결되길래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 주머니 사정은 넉넉하지 않은데 나의 본질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고 싶었다. 상담 비용을 인터넷에 수차례 검색해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배달 음식엔 돈을 그렇게 팍팍 잘 쓰면서 상담엔 쉽게 돈이 꺼내지지 않았다. 해결은 하고 싶지만, 현실과 타협에 있어 괴리감이 생겼다. 괴로웠다.


그때 학교의 심리상담센터가 생각이 났다. 상담을 신청하러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을 하려고 했을 땐 모든 예약 일정이 차 있어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예약에 성공했다. 사실 나는 남의 조언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남에게 잘 공감하지 못해서였다. 내 상황의 모든 맥락은 오롯이 나만이 알고 있고 그걸 완벽히 공감할 수도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객관적이라고 생각되는 심리검사를 신청했다. 그래도 어떠한 검사를 할지 결정하기 위해 상담사 선생님께 현재 나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때 내면의 무언가가 조금 꿈틀댔다. 가려운 부분을 조금씩 긁었더니 수치심도 들었지만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입 밖으로 꺼내는 시간을 억지로 갖게 되어 후련하기도 했다. 수업 시간이 아슬하게 겹쳐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몇 가지 검사를 권해주셨고 진행했다. 이후 해설에 관한 상담은 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고, 나도 동의했다. 며칠이 지난 후에 해석 상담을 받으러 센터에 들렀다. 나에게 문제가 많은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고, 한편으론 어차피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할 거 같다는 냉소도 했다. 해석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사실 내가 생각했던 나의 근본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러한 생각을 말씀드렸고, 심리 검사는 여러 맥락들을 파악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셨다.


결과지에 나에 대해 단정 짓는 문장들이 많았다. 재미있었다. 긍정하는 부분도, 부정하는 부분도 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질문했고 친절하고 자세하게 잘 설명해주셨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세계관이 넓어진 것 같다. 그리고 평소에 혼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전혀 모르는 안전한 상대에게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직업이라서 공감해주시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편해졌으면 됐다. 감사했다. 조금은 무례한 질문도 드렸고 어쩌라고 싶은 질문도 드렸다. 물론 이것도 내 일방적인 생각이다. 결과지에 부정적인 말들이 많아 결과지에 집중하지 말길 권하셨다. 사실 그때 난 결과지에 긍정하기도 부정하기도 하면서 어쩌라고 싶기도 했고 그렇구나 싶기도 했다. 나를 단정 짓는 문장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결과지를 가져가도 되는지 여쭤봤지만 그건 안 된다고 하셔서 많이 아쉬웠다.


내가 계속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했더니 상담사 선생님은 다시 한 번 상담을 신청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서 해석 상담은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학업에 조금 집중하다가 예약을 하지 못한 상태로 이번 학기가 끝나버렸다. 아쉽다. 다시 개강을 하게 된다면 추가적으로 상담을 하면서 내면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싶다. 사실 상담사 선생님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상을 강력하게 받았다.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그에 관련한 이야기를 주섬주섬 꺼내주실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 내면을 긁어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데 그 생각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정을 해주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상담보다는 상담 이후에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 부끄러워서 더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끄집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좀 더 본질적으로 나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정말 큰 만족감을 얻었다. 사실 나는 그렇게 문제가 많은 상태는 아니었고, 스스로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문제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차이가 있다. 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문제점을 인식하거나 반응하는 데 있어서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의 가치감을 유지하는 데 있어 덜 파괴적인 방법을 알게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상담을 통해 그 방법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유도해주신 상담사 선생님 덕분이기도 하면서, 어쩌다 우연히 발견한 방법이라 내 운도 작용했다. 아무튼 대상은 따로 없이 많이 감사한 경험을 하게 됐다. 내가 누구인지 잘못 알고 있다가 그 착각이 깨지기도 한 것이기도 했다. 내가 누구인지 더 알고 싶어졌다. 평생을 방황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방황하면서 살면 좀 어떤가. 남한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든 크게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사람은 소통과 배려를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맞다. 착한 일을 한다고 좋은 결과가 무조건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착한 일은 지속되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나는 공감과 배려가 조금 부족하지만 내 본질에 대해 알아가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데 있어 더 능숙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많은 학우들에게 학교 심리 상담을 추천하고 싶다.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게 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겪어보니 맞는 것 같다. 상대의 맥락에 대해서 전혀 몰라서 어떠한 의무감이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하면 그 컨텐츠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조언도 비교적 부담 없이 수용할 수 있다. 조언 자체를 거부해도 좋은 경험이다. 그냥 내면을 스스로 긁어보는 과정도, 그걸 끄집어내서 입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이 도움이 정말 많이 됐다. 나는 내 스스로가 많이 미웠는데 지금은 아예 안 밉진 않지만 많이 덜해졌다. 앞으로도 적당히 미워하면서, 또 적당히 좋아하면서 잘 지낼 것 같다. 나와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은 나와 다르게 접근해서 다른 영향을 받겠지만, 그건 그것 나름이다. 밑져서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삶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기회를 갖게 해준 학교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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