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3회_ 우수상] 자존감을 통해 나를 찾는 과정
- 작성자박정현
- 작성일자
- 조회362
나는 20살 이전까지 큰 문제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가족과 친구 등 내 주위 사람들과의 불화도 거의 없는 편이었으며, 심적으로 굴곡 없이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20살이 되고, 대학 생활을 하면서 좋은 기억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기억들도 많았다. 그중에서 굳이 경험해 보지 않아도 괜찮았을 사건도 있었다. 그 사건은 2020년 12월에 발생하여 나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렸다. 과 동기에게 주거침입과 폭행을 당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 고소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 제일 편하게 여겼던 집이 무섭고 두려운 공간으로 인식되어 한동안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리고 고소 진행 과정에서 수사관님과 변호사님께 그날 일을 진술할 때마다 다시 그날이 기억나고 당시 감정이 떠올라 고통스러웠다. 그러던 중 학교 내에 학생들을 위한 상담 센터가 있다는 것을 학과 조교님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불안하고 두려웠던 와중에 좋은 기회로 최영숙 선생님과 함께 상담을 하며 조금씩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의 목표가 일상을 보내다가 문득 그날이 떠올라도 덤덤해질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에 상담 초기에는 수사관님, 변호사님께 당시 상황을 설명했던 것처럼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불편했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가 무서웠다는 감정을 설명하는 것과 가해자와의 관계 등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도 어려웠다. 최영숙 선생님께서 대화를 이끌어가면서 날이 서있던 나를 누그러뜨렸다. 상담실의 벽지 색이나 온도가 너무 따듯해서 자연스럽게 경계를 풀 수 있었다. 내가 대화를 어떻게 이어갈지 모르고 정적을 불러도 선생님께서는 차분히 기다려주셨다. 나의 말에 100% 집중해주시고 내 감정에 공감해주시고 가끔은 나와 함께 가해자를 험담해주셔서 속이 시원했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셨다.
하루는 집에 혼자 있다가 숨이 막힐 때가 있었다. 다음 상담 때 선생님께 말씀드렸는데, 선생님께서 깊게 심호흡하면서 생각을 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따라 해봤다. 명상을 처음 해봤음에도 마음이 꽤 진정되는 것 같았다.
눈을 감은 채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며 상담실 벽을 넘어 무슨 공간이 있을까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이후에 집에 혼자 있을 때마다 명상을 하곤 했다. 명상하기 전에는 혼자 집에 갇힌 느낌이었지만 명상 후 집에 혼자 있어도 무섭지 않았다. 상담을 지속하면서 집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내가 가진 심리적 어려움을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고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와 합의에 관하여 직접 만나야 했었다. 원래 같았으면 그 자리에 내가 직접 가지 않고 가족 중 한 명이 대신 나가서 나를 대변해달라고 부탁하며 숨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과의 상담으로 나 자신을 이해하고, 혼자 숨어있지 않는 태도를 보이며 성장했다. 이를 통해 지성, 덕성, 감성의 조화를 이루어 인류 공동선을 일으켜 세우는 품성을 지니게 되었다. 또한, 명상으로 나 자신을 성찰하고 불안했던 심리를 극복했다. 따라서 나는 학생상담 센터를 통해서 5대 핵심 역량 중 인성 역량과 창의 역량을 강화하였다.
그동안 가해자는 내게 소위 말해서 ‘가스라이팅’을 했다. 입학 후부터 내게 했던 말과 사건 당일, 그 후 고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의 성격과 태도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심리적으로 판단력을 잃게 만들었다. 가해자는 나에게 ‘너는 배은망덕한 사람이다. 너 계속 그렇게 살면 너의 주위에 남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도 서슴없이 했었다. 나의 성격과 태도, 가치관이 누구에게나 무조건 좋을 순 없다. 하지만 부정적인 말들을 계속 듣다 보면 내가 정말로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의심하고 내 잘못이라 판단하게 되었다. 그게 지속되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었다. 선생님께서 내게 잘못이 없다며 오히려 나의 성격과 가치관을 칭찬해주시고 인정해주셨다. 어쩌면 그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선생님을 비롯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내 잘못이 아님을 인정받는 것 같았다.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차츰 떨어졌던 자존감이 높아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해자보다 내가 오히려 학과 생활을 성실하게 하고 있고, 2021년도에 학과 부학회장을 하면서 학과 행사와 대외 활동을 많이 했다. 나 자신으로부터 얽매여 있지 않고,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하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지며 혼자 끙끙 앓지도 않게 되었다. 상담을 통해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서 나를 사랑할 줄 알고 아낄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나 스스로 자존감이 낮은 것에서 비롯된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여 자기 주도적으로 목표와 비전을 설정하였다. 내가 설정한 2021년도의 목표는 상담 초기의 목표인 사건 당시 상황을 떠올려도 무덤덤해지는 것, 학과사무실 근로장학생과 부학회장으로서 성실히 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상담과 더불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과 배려하는 법을 배웠다. 다른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통을 자연스럽게 하며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학생회와 단과대학위원회의 일을 수행하면서 일원들과 협동하며 협업을 자주 했으며 타인 수용 능력을 향상하였다. 대외활동을 하며 새롭게 알게 된 지식과 통합하여, 미래를 준비하고 강원대학교 학생으로서 사회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였다. 따라서 나는 학생상담 센터를 통해서 5대 핵심 역량 중 실천 역량과 협동 역량, 미래 역량을 강화하였다.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지만, 혹시나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의 잘못이라고 인식하고 판단하는 순간 자신감과 자존감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혼자 구석에 몰아세우고 채찍질을 하게 되면 나 자신을 지킬 수 없다. 혼자서 자존감을 높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면 좋겠다. 우리 학교의 학생상담 센터에 방문하여 상담 선생님과 짧지만 알찬 대화를 몇 차례 하게 되면 나 자신이 꽉 찬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두렵고 무섭겠지만 한 발자국 세상에 내디뎌서 자신을 찾으면 좋겠다. 상담을 통해서 나를 사랑하며 자존감을 높인다면, 혼자 상처받을 일이 적어질 수 있다. 속도가 느려도 괜찮으니 한 번 용기 내어 센터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나도 나의 잘못이 아니었듯이 당신도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나 자신을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