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6회_ 우수상]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
- 작성자박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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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산’과 같은 사람이다. 화가 부글부글 끓다 못해 새어 나오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다.
평생을 이런 나의 욱하는 성격을 고치고 싶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화를 참아보려 노력하기도 했고, 실패했을 땐 스스로를 질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왜 내가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중, 친한 친구의 추천으로 심리상담을 받게 되었다. 그 친구의 용기 있는 제안이 아니었더라면, 현재까지도 상담받을 생각을 전혀 못 했을지도 모른다.
상담 초반의 나는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꺼내는 것이 두려웠다. 처음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간 날, 초기 면담을 받는 중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계속 주르륵 흘렀다. 이후에도 매번 상담이 끝날 때면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또한 상담에 가기 전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매번 고민되었고, 그 이야기를 꺼내는 과정이 두려웠다. 그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가는 길은 매주 긴장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중후반으로 갈수록 마음의 변화가 찾아왔다. 나는 선생님에게 내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게 상담실은 내가 편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공간이 되었다. 그러다 더 이상 상담 중에 나의 속 이야기를 하는 것이 두렵지 않게 느껴졌고, 그러면서 얘기를 할 때 자연스럽게 눈물은 나오지 않게 되었다.
심리상담에서 다뤘던 나의 가장 큰 문제는 가족과 연인 즉,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분노를 쉽게 표출하는 것이었다. 크게 화를 내고 난 후의 후회와 죄책감이 나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화를 참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분노를 억누르고 나중에 더 큰 화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나는 ‘내가 이렇게나 참았는데, 상대는 왜 나를 배려하지 않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분노가 배가 되어 터지곤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담 과정에서 선생님은 이미 지나갔거나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 상황에 대해 나에게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대안을 찾아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 ‘그때 무엇 때문에 속상했고, 화가 났었을까?’와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말하고, 어떤 반응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물음을 통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물론 상담 초반에는 이런 질문들에 제대로 대답 하나 하지 못했다. 나는 상담 외의 시간에도 혼자 고민하면서, 문제 상황에 대입하여 연습하기 시작했다. 일상생활을 하는 도중 불같이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화가 발생하는 마음을 빨리 알아채려 했고, 왜 화가 났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다른 수단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이는 내 행동의 결과에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들어 냈다. 분노로 가득 차 있을 때 내가 내렸던 행동의 끝에는 후회만이 가득했는데, 차분히 그 상황을 돌아보고 연습한 대로 행동한 결과에는 뿌듯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분노가 나를 지배하기 전에 부정적인 감정을 살짝 덜어내고 표현하는 연습을 여러 번 하면서, 전처럼 이성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점차 줄어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갔다. 또한 이전까지는 분노라는 감정을 억제하기 급급했던 내가, 상담을 시작한 이후 내 감정을 바라보고 다루는 법을 배웠다. 화가 커지기 전에 내가 정확히 무엇 때문에 화를 느끼는지 인지하고, 상대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닌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였다.
상담을 통해 나는 내 감정을 마주할 용기를 얻게 되었다. 화를 내는 나의 모습조차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화가 미친 듯이 불어날 때는 화를 참는 방법만이 정답이 아니라, 말과 같은 표현의 방식을 이용하면 결과적으로 화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내가 왜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리게 되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내 분노의 원천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의 정말 싫어하던 모습과 내가 닮아 있었던 것이 처음에는 부정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 모습을 직면하고 받아들이되 잘 풀어내려고 노력 중이다. 자신에 대해 받아들이기 전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을 가진 내가 정말 싫었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심리상담을 통해 나의 내면과 마주하고, 나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와 상대방을 대할 때에 있어 마음의 여유도 생기게 되었다. 고맙게도 가족과 연인도 나의 노력을 알아주고 배려해주며, 함께 고민을 헤쳐 나가주었다.
여름이 지나가면서 10회의 상담도 막을 내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지만, 이 시간은 내 인생에 있어 매우 큰 의미를 남겼다. 나는 나를 이해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떼었고, 스스로를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밟았다. 현재까지도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나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나의 욱하는 성격을 단순히 고치려고만 애쓰지 않는다. 그보다 나를 이해하고, 화를 표현하는 다른 방식을 연습하며,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친구의 추천으로 시작된 상담은 내면의 성장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상담이 끝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와 만나는 많은 사람에게 상담을 제안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본인을 알아가는 과정의 한 방법으로 상담을 추천하고 싶다. 시작은 두려울 수 있으나, 그 용기는 무엇보다 그 사람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끝으로, 나는 여전히 ‘화산’과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전에는 ‘활화산’과 같이 활발하고 크게 분노 표출이 되었다면, 지금은 ‘휴화산’과 같이 분출을 멈추고 다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이전과는 다른 점이다. 이번 심리상담을 통해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앞으로도 내면에 여유를 가지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