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6회_ 장려상] 나 자신과 마주하기: 집단상담을 통해 배우는 성장
- 작성자박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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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란 무엇일까?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분노에 대한 정의를 잘 내리지는 못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또한, 사람들은 화와 분노 짜증을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어디서부터가 짜증이고 어디서부터가 분노인지 말이다. 나는 유독 짜증과 분노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짜증이 한번 나면 거의 매번 화가 나는 상황에 이른다.
집단상담 신청 공고가 날 때쯤 나의 이런 상황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짜증이 나면 거의 화가 나는 상황으로 이어지다 보니 내가 정말 화가 난 것은 맞는지, 아니면 그저 화가 나는 것에 익숙해져 습관처럼 행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 분노와 관련된 집단상담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요즘 들어 늘어난 나의 분노와 짜증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집단상담을 신청했다. 또한,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분노를 탐구하고, 그 원인과 해소 방법을 논의하는 집단상담은 내가 자신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우선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 집단원들은 다면적 분노검사(NAS-PI)와 기질 및 성격검사(TCI)를 실시하였다. 검사를 해 보니 내가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또는 화가 나는 양상이 어떤지 등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다면적 분노검사에서 정당화와 성마름이 표준보다 더 높게 나왔다. 검사 결과를 보고 나니 나의 분노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상담사 선생님께서 정당화에 대해 설명해 주셨을 때 정말 나의 이야기와 똑같아서 놀랐다. 그리고 이 정당화 지수가 높게 나오는 사람은 화를 많이 안 내는 사람들에게서도 높게 측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을 때 왠지 모르게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나 스스로가 화를 많이 안 내는 사람이라고 인정받길 원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나는 일상에서 느끼는 짜증이 많은 편이었는데 성마름이 높게 나오니 내가 왜 그렇게 짜증이 많았는지 나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또 TCI 검사에서 나왔던 결과 중에 유독 기억나는 결과는 사회적 민감성 부분이었다. 상담사 선생님께서 왜 본인이 사회적 민감성이 낮게 나왔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셨을 때 나는 처음으로 진실하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예전에 나는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 보니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일이 너무 많았다. 나 스스로도 피곤하고 극성맞다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처를 너무 쉽게 받는 스타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일종의 자기방어 형식으로 내가 상처받기 전에 모든 것을 그만두는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적 민감성이 낮게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나의 마음과 생각을 집단을 진행하며 처음 말하게 되었다. 사실 이 말을 하면서도 사람들 눈치를 보며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며 말했는데 상담사 선생님께서 엄청난 공감도 그렇다고 그냥 흘러넘기시는 것도 아닌 딱 적절한 반응을 해주셔서 말하고 나서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다.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에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다른 집단원들과 서로서로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나는 최근에 친했던 친구와 문제가 생겨서 서로 얼굴도 안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까지도 화는 나있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예민했나? 혹은 내가 그 친구 입장에서 생각을 너무 못했나?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를 다 했을 때 다른 집단원들이 내가 화난 이유에 대해 공감을 잘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집단원들이 같이 공감해 주어서 그 부분에서 또 위로를 받게 되었다.
또 상담을 하며 나는 생각보다 상처가 많은데 내가 나 자신을 너무 모른척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한 친구가 거울을 보던 나를 보고 “쟤 예쁜 척한다! 공주병이다"라고 말했던 일이 있었다. 그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면서 멈추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집단상담을 마무리하며 상담사 선생님께서 “나는 예쁘다 혹은 나 예쁘지?"라는 말을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이야기하고 가자는 의견을 내셨다. 그 말을 내뱉을 때는 부끄럽고 쑥스러웠지만 한 명씩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집단원들과 선생님께 너무 고마운 감정과 말로 잘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집단을 참여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단상담을 진행하며 나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려는 노력을 계속하였다. 나를 숨기지 않고 남에게 나를 있는 그대로 보일 수 있게 말이다. 내가 먼저 나서서 이야기도 하고 또 다른 집단원들이 용기를 내서 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같이 공감하였다. 다른 사람 눈치도 덜 보고 남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나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들으려고 의식적으로 행동했다.
이렇게 집단상담에 참여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나의 경험을 나누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분노의 특성을 점차적으로 알게 되었다. 분노가 일어날 때의 내 행동을 돌아보면, 나는 그 감정을 바로 표현하기보다는 억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보면 분노가 점차 축적되며 작은 자극에도 과도한 반응을 보이게 되었다. 상담을 통해 나는 분노가 항상 외부의 자극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과 생각의 해석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중요한 점을 배웠다.
집단상담을 통해 배운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분노를 억누르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예전에는 분노가 나쁜 감정이라고 생각해서 이를 숨기고 회피하려 했지만, 상담에서 분노는 내 내면의 불만이나 불안, 그리고 요구를 나타내는 중요한 신호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집단상담을 통해 얻은 것은 나의 분노 특성만이 아니다. 상담을 통해 나는 나에 대해 이해하며 집단원들과 선생님께 많은 위로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툰 사람이었다. 하지만 좋은 것은 좋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깨우칠 수 있었다. 또, 내가 나를 너무 돌보지 못했다는 것과 그 속에서 나를 돌보고 아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집단상담에서 얻은 것은 외적인 것도 있었다. 바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었다. 처음에는 나만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는 생각에 다소 위축되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들으면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다른 참가자들이 자신이 겪은 분노의 상황을 나누고 그로 인한 고통과 갈등을 표현할 때, 나는 그것이 나와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들을 나누면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담자 선생님 또한 집단 내의 안전감을 높여주었고, 그로 인해 나는 마음을 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집단상담을 통해 나의 협동 역량이 늘어났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상처받기 싫어서 지레 겁먹고 도망쳤던 나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소통하며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존재로 한 발자국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이번 집단상담을 통해 분노를 다루는 방법을 배운 것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어 나 자신에게 더 많은 인내와 용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집단상담을 신청할 때는 단순히 나의 분노에 대해서만 도움을 받고 싶어 신청을 하였는데 막상 회기를 진행하다 보니 나라는 사람 자체를 치유하고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집단상담은 내가 평소에는 외면하고 지나쳤던 감정들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그 감정이 나에 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게 만든 값진 경험이었다. 특히 내가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감정의 문제를 집 단 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서로 공감하면서 많은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혹여나 나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집단상담을 꼭 추천하고 싶다. 가끔 혼자서는 잘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혼자 고민하기 힘들다면, 집단상담을 통해 그 고민을 나누고, 새로운 시각과 해결책을 얻어보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서 받은 작은 격려의 말이나, 내가 해본 솔직한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면, 그 경험은 나 자신에게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지금도 걱정과 고민에 파묻혀 괴로워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