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3회 학습상담_우수상]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가 삶을 바꾼다.
- 작성자이정훈
- 작성일자
- 조회28
복학을 앞둔 시점의 저는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일상은 크게 망가져 있었습니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불안 증세와 더불어 불면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일상생활조차 힘겨울 정도였습니다. 정신과에서 항불안제와 수면제를 처방받아 간신히 버틸 수 있었지만, 문제는 단순히 약으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 불안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결과였습니다. 1학년 시절, 저는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2점대라는 낮은 학점으로 자신감을 잃어 갔습니다. 학업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이어지는 2학년 때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도입되면서 대학 생활의 기대와 즐거움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학교는 단지 컴퓨터 화면 속에서 접속하는 공간에 불과했고, 친구도, 선배도, 교수님도 모두 저와는 단절된 채로 존재했습니다. 결국, 저는 병역을 위해 휴학을 선택했고,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3년 동안의 일상은 단순하고 반복적이었습니다. 아무런 고민 없이 흘러가는 시간 덕분에 평화롭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던 그 시간 동안, 저는 내면 깊숙이 쌓여가는 불안과 공허감을 무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복학이 다가오면서 억눌렀던 불안과 걱정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극심한 두근거림과 이유 없는 초조함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고, 아침이 오기를 두려워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점점 더 생활이 무너져 가는 걸 느꼈습니다. 3년 만에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저에게 공포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환경에서 홀로 부딪혀야 한다는 사실과, 완전히 잊어버린 전공지식으로 수업을 따라갈 자신이 없다는 생각에 점점 더 무력해졌습니다. 복학을 미루고 싶다는 충동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은 저를 더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이대로는 절대 버틸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도움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여러 방법을 찾아보다가 학생상담센터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마지막 희망이라는 심정으로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처음 상담을 시작했을 때, 저는 그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누군가 공감해 주고, 어떻게든 도와주길 바랐습니다. 상담 선생님은 제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주시면서, 그동안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하나하나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처음엔 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막상 제 삶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부모님께도 차마 말하기 어려웠던 고민과 감정들을 들어주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은 저에게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는 매일 불안한 심장 두근거림에 시달렸지만, 상담 이후로 그 증상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준다는 사실이 제 정신상태를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후로도 상담을 계속 진행하며 상담 선생님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학습 방법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그중 가장 강조하신 것은 필기와 복습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상담 이전까지 제 필기 방식은 강의 내용을 기계적으로 그대로 받아적는 데 그쳤습니다. 필기한 내용은 머리에 남아 있지 않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없었습니다. 또 필기한 것을 다시 들여다보지 않아 시간만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상담 선생님께서 코넬식 노트 필기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코넬식 노트 필기법은 노트를 세 구역으로 나누어, 왼쪽에는 주요 질문이나 키워드를 적고, 오른쪽에는 강의 내용을 기록하며, 아래쪽에는 요약을 작성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서, 단순히 강의 내용을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을 스스로 판단하고 요약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 내용을 더욱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메타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메타인지는 스스로 학습 내용을 점검하고, 내가 무엇을 이해했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복습할 때 내가 어떤 부분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상담에서 배운 방법들을 제 학습환경에 맞춰 변형해서 사용했습니다. 저는 아이패드의 녹음과 필기를 연동하는 앱을 활용해 수업 시간에 녹음과 필기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교수님이 설명하시는 내용을 녹음하면서 노트필기를 하고, 나중에 필기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부분의 녹음이 재생되도록 설정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만든 필기는 복습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필기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나오면 교수님의 설명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으면서 반추했습니다. 그래도 막히는 부분이 ChatGPT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교수님께서 설명을 생략하고 넘어간 부분이나,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서 유용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저는 메타인지 학습법을 실천하게 되었고, 내가 어떤 부분에서 막히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상담을 통해 학습 방법을 세우고 대학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강의에 집중하지 못하고 필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교수님의 설명을 듣다가도 잡념이 떠오르고, 중요한 내용을 놓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답답함을 느꼈고 문득 인터넷에서 본 성인 ADHD 증상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나도 ADHD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후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진단을 받았을 때 한편으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동안 제가 겪었던 문제들이 단순한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 때문이 아니라 병이었다는 걸 알게 되니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였습니다. ADHD 치료를 위해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약효는 분명하게 나타났지만, 부작용도 심했습니다. 약을 먹은 후에는 강의 시간 동안 집중력이 확실히 올라갔고, 과제를 할 때도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식욕 감퇴로 인해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고, 각성 효과로 인해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점점 더 약에 의존하게 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함께 약물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생활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께선 우선 시간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고, 이를 위해 주간 시간 계획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 계획표는 단순히 일과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간대에 어떤 일을 할지 구체적으로 나누고, 스스로 계획을 점검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시간 계획표를 너무 강박적으로 지키는 데 얽매이지 않고 유동적으로 조절하려고 했습니다. ADHD가 있는 사람들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이것저것 왔다 갔다 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저 역시 그러한 문제를 겪고 있지만, 시간 계획표를 작성하면서 하루의 우선순위를 미리 정하고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방식으로 생활방식을 조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약을 먹지 않고도 일정한 생활 리듬을 유지하며 집중력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담을 통해 저는 학업과 일상에서 겪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저는 문제가 발생하면 두려움에 빠져 회피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저는 스스로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큰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특히 상담사 선생님과 함께 학습전략을 세우고, 시간 관리법을 적용하면서 핵심 역량 중 자기 주도적 실천 역량과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학업 문제를 단순히 외면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문제를 스스로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학업 성과 향상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또한 ADHD 진단 이후 약물 의존에 대한 고민의 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한 경험은, 문제를 단순히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한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었습니다. 대학 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많은 학생에게 혼자 감내하려 하지 말고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혼자서 고민하는 과정에서 도달하는 결론은 그리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 있습니다. 상담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구체적인 해결책과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