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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3회 전과학습클리닉_장려상] 현실에 마법의 소라고둥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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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2학기부턴 정말 전공 공부를 즐기면서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게 고작인데, 어쩐지 전공수업은 여전히 재미없고 강의 시간이 너무 시간 낭비라는 생각만 자꾸 든다. 왜지? 더 이상 우울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은데. 공부 장소를 이리저리 바꿔 보고 몸에 맞지도 않는 카페인까지 마시면서 노력했지만, 여전히 공부가 재미없었다. 그러다 중간고사를 겨우 보내고, 학교 도서관에 가서 힐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꺼내든 책은 한 철학책. 머리 아프지 않고 적당히 읽기 좋을 것 같아 바로 빌려 집에 돌아가는 경춘선 열차의 구석에서 읽기 시작했다. “아~ 역시 철학은 마음이 뚫린다니까~ 이래서 내가 철학을 좋아하지!”란 얘기가 절로 나왔다. 근데, 어라? 철학을 내가 재밌어한다고? 전공수업은 그렇게나 지루해하면서? 그 순간 머릿속에 무언가 반짝하고 떠올랐다. 1학년 때 한번들은 철학 수업이 정말 즐거웠다는 점, 그 후로도 철학에 빠져있던 점. 특히 난생처음 내가 ‘4차원’ 취급을 당하지 않았던 경험까지 줄줄 떠올라 어떤 생각에 도착했다.

“아~ 전과. 해버리고 싶다.”


2. 현실에 마법의 소라고둥은 없지만

‘전과’ 이 단어가 꽂히자, 그 뒤로 책에서 도덕경을 말하든 소요 유를 말하든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온몸이 설렘으로 가득 찼다. 근데, 아니 잠깐! 그때 이성이 외쳤다. 아니 그건 너무 도박이야. 그래, 참자. 대신, 정 하고 싶으면 복수전공을 해. 그래 복수전공. 시원해졌던 마음이 다시 답답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건 전과보다 복수전공이 옳다는 내 머리 때문이기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라고, 묻는 내 마음 때문이기도 했다. 아, 이럴 때 노란 스펀지가 나오는 아동만화 속 마법의 소라고둥처럼 [돼, 안 돼]로 속 시원하게 대답해 주는 것이 현실에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미련 가득 품은 채로 휴대전화로 학교 커뮤니티에 ‘전과’, ‘철학전공’, ‘복수전공’ 따위의 단어를 넣어보기 시작했다. 익명성이 철학 단일 전공은 위험하다고 한다. 익명 2는 취미로만 하라고 한다. 철학전공인 듯한 익명3은 환영이라고 써 올렸다. 한숨만 나왔다. 속 시원하게 고민 긁어줄 곳 없나. 그러다 익명4가 올린 글을 보았다. ‘전과학습클리닉 안내’. 어? 이거다! 현실에 마법의 소라고둥은 없지만 그보다 배로 시원하게 고민을 긁어주는 곳이 있었다. ‘그래! 전과든, 복수전공이든. 나는 일단 내 생각이 충동적인 것이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 나는 빠르게 신청서를 작성했고 제2의 대학생활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3. 너 자신을 알라.

상담은 총 6회기, 한 분의 상담사와 학생 몇이 팀을 이뤄 집단상담을 진행한다. 이는 따라 분류하는데, 이제 막 고민을 시작한 ‘씨앗’, 전과를 결정한 ‘잎새’, 전과 후 적응을 돕는 ‘나무’ 단계로 구분한다. 나는 ‘씨앗두리’로 신청했다. 첫 상담 때는 그곳에 학생 둘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각자가 지은 닉네임으로 부르고 상담사와 워크북에 내 생각을 쓰고 말하며 구체화했다. A는 그저 돈을 많이 벌고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학생이었다. B는 현재 전공이 안 맞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 중이었다. 목표 유무와 무관하게 전공, 진로에 고민한다면 누구든지 올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각자 고민을 한 우리는 ‘U&I학습진로종합기초진단’을 실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각 성향과 재능, 흥미를 살펴봤다. 상담사께서 말씀하시길 난 재능은 다방면으로 많지만, 흥미는 한정되어 이를 돋우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이 흥미가 없다면 조금의 공부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면 누구보다 열심이라고 덧붙이셨다. 이 덕분에 능동적으로 겨울방학의 세부 계획을 짜볼 수 있었다. 아래는 상담 후 수립한 계획이다.


첫째, 강연, 행사에 참여한다.

철학 토론 모임인 ‘더 필로 소피(The philosophy)’. 주제 흥미에 맞게 나가고 있다. 또 평소 관심 있던 봉사를 하고 글쓰기 실력 향상을 위해 문학 창작 워크숍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각종 공모전에도 참여하면서 경험을 넓혀갈 계획이다.

둘째, 공부 방법을 재구성한다.

앞서 설명했듯 핵심 단어는 흥미다. 공부 대상의 흥미도 중요하나, 나는 공부 과정의 흥미도 생각했다. 기존엔 완전히 백과사전식 재미없는 공부법이었다. 무작정 전공책을 외웠고 이를 그대로 받아적는 기계식 공부법. 이러니 그나마 좋았던 과목도 점수가 낮았다. 또 정보를 통째로 넣으니, 구분이 어려웠다. 이에 즐겁고 한눈에 공부하는 방법, 마인드맵을 생각했다. 그림을 좋아하므로 이는 확실히 흥미 유발에 탁월했다.

셋째, 예습을 하자.

전과는 2학기 말에 신청받는다. 즉, 이전까진 싫더라도 현 전공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 이에 새로운 수업을 보다 수강한 과목 중 성적이 낮은 것을 위주로 재수강 해 성적을 올리고, 전과할 전공수업을 자유 선택으로 수강해 위험을 줄일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방학 예습이 필요하다.


4. 백전불태(百戰不殆)의 마음으로.

“나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예와 본의를 알고 실천할 것이다.” 이는 상담 중 만든 나의 좌우명이다. 여기서 ‘예’와 ‘본의’는 중요히 여기는 가치이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는 이를 중요히 여기는 이유이다. 상담 중 이 활동은 내 가치관을 바탕으로 진로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아마 이미 이때 전과와 복수전공에서 전과를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모두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예와, 본의를 안다는 것은 현 전공에선 불가능하며 더구나 그것을 실천한다는 더더욱 어렵다. 그렇다면 최소한 내가 추구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나와 소통하는 법을 알았으며 가치관을 바탕으로 앞으로 설계하면 되겠다는 든든함마저 얻었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흔히 알려진 ‘백전백승’은 틀린 말이다. 이 말이 나온 <손자병법>에서 저자 손자는, ‘나를 알고 너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고 말한다. 이 말이 딱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나를 알고 학문을 알면 백 번을 고민해도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


5. 각양각색, 색이 변하는 건 더 아름다워진다는 것.

6회기라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짧게 느껴질 수 있다. 누군가는 나처럼 명확한 목표가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나와 함께 6회 기의 시간을 보낸 A나 B 같은 고민하고 있을 수 있다. 또 상담을 이미 진행했는데도 마음 가닥이 잡히지 않은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괜찮다. 아직 흐릿해도, 아직 마음이 싱숭생숭해도 앞으로 더 많은 경험과 학습상담을 통해 상담사분들의 지도 아래서 언젠가 꼭 자신이 원하는, 자신에게 맞은 길을 찾게 될 것이다. 어떤 색이 다른 색으로 모습을 바꾸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림은 오히려 더 멋진 그림이 되고 빛도 여러 색일 때 우리는 더 아름다움을 느낀다. 심지어 하늘조차 단색이 아니다! 그러니 믿어 주었으면 좋겠다. 현실에 비록 마법의 소라고둥은 없지만 우리에겐 언제나 하늘과 땅이(천지) 되어 도와줄 더 멋지고 든든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러니 이제 고민 말고 문을 두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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