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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4회_가작]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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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 활동을 위해 우연찮은 기회에 참가하게 된 학생상담센터의 집단상담은 그간 지나치게 소심했던 대학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다. 대입이라는 문턱에서부터 나의 자리를 뺏어가던 현실은 재수의 과정에서 그 등을 완전히 돌려버리었으며, 예고도 없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는 외롭다는 삶에서도 그보다 더한 것이 있을 수 있음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렇게 나의 고민은 온전히 나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고통이라 믿어왔다.


알을 깨고 나오려는 심정이었다. 지난날을 돌아보는 동안, 무엇이 나의 내면에서 꿈틀거렸고, 또 발갛게 달아올랐는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지금의 대학 생활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친구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럼에도 왜 우리는 줄곧 홀로 고뇌할 수밖에 없었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에 어느샌가 생겨난 마음의 벽은 관계의 벽이 되어버렸고, 울타리 너머에서 줄곧 눈치를 보는 사람으로 만들었으며, 소중했던 나만의 생각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다시금 삼켜지는 독백으로 남게 되었다.


처음 마주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만큼, 처음에는 집단상담이란 단어가 생소했다. 그것은 여럿이 하나의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내뱉으며 그 안에 내재한 고민을 이해하는 것이라 했다. 그 고민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물론 나 역시도 이해하며 존중받는 것이라 했다. 상담에 참여하는 동안, 나는 다른 또래 친구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하였으나, 그중에도 가장 눈길이 갔던 친구는 바로 나 자신이 아니었나 싶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의 나는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사람이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 허망하고, 그것이 또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며 비관하던 사람이었다. 땅만 보며 걷고, 말이 없어지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두어 시간가량의 상담이 끝나고 나면, 나도 몰랐던 내가 나의 손에 주어져 있었다. 낯설고도 신기했다. 몰랐던 마음이, 숨어있던 마음이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이후에는 그것을 열심히 살펴보고 진찰하였다. 용기 내어 방문한 환자를 위해 최선의 방식으로 대응하듯, 고치고 나아가야 할 부분을 진단하였다. 그리고 나면 나는 꼭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과정에서 나의 고민이 꼭 나만의 고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집단상담에 참여한 친구들의 조언과 공감하는 마음들은 새롭게 생겨난 치유의 물줄기였다. 그들의 표정과 위로는 그들이 단순한 타인이라는 것을 넘어, 비슷한 나이대에서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같은 학교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다는 차원에서 다가오는 것이었다. 결코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다.


나의 이야기만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수와 협력하는 일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내가 생각지 못한 것으로부터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깊고 진지한 친구의 내면을 볼 수 있는 일이 평소에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집단상담의 경험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때론 고민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걱정이 사라지는 때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나의 조언이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을지는 몰라도, 그 순간에 함께였다는 것만으로 자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내가 그렇게 도움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20대, 그중 대학생으로서의 고민은 정말 다양하지만, 그 결을 따져보면 대개가 비슷한 방향을 향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의 위치에서 미래를 바라보고, 친구 관계에서 즐거움을 얻으면서도 때로는 상처받는 일 또한 상담에 참여한 모두가 쉽고 깊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조언과 도움을 주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행여 나의 의도가 오해받거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우리로서 함께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활동에 임하였다. 상대와 시선을 맞추고 공감한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에 조금은 고민이 해소된 것 같다는 상대의 표정에서 나 역시도 위로와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들 모두가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꺼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도 그랬고, 또한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부분을 최대한 배려하고자 하며, 대화의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많은 경우를 열어둔 채로 임하였다. 상담에서 물론 특정한 목표를 추구하며 대화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보다도 궁극적인 목표는 서로의 마음을 이전보다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마저 들춰내려는 건 올바른 상담 방식이 아니라고 배웠고, 그것을 적용한 것이다.


상담의 기본적인 방식은 대화였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아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으나,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대화였으니, 나는 어쩌면 이번 활동에서 대화는 하는 방법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대화를 통해, 나아가 사회와 소통하고 내 생각을 내비치는 방법을 배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나의 소심한 성격은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소통의 기본은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며, 최대한 상대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세상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자, 나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과 다른 나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했고, 또한 나름의 힘을 갖고 있었는지. 독백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을 뒤로 하고, 효과적이고 진취적으로 나의 의견을 펼쳐내게 되었다. 상담을 통해 돌아보았던 나의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 이후에 말이다.


뉴스를 보면 세상은 갖은 갈등으로 가득했다. 나는 항상 그에 대한 의구심과 걱정을 안고 있었으며, 왜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할 수 없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또 어떻게 하면 서로를 더욱 이해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탐구하고 있었다. 이번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그런 나의 고민에 대한 정답을 조금이나마 알려주었던 것 같다.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이해하듯, 상담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각자가 느끼는 것이 분명 다를 수 있으며, 같은 고민이어도 그것이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고 다가올 수 있다는 점 역시 알게 되었다. 분명 이러한 깨달음은 향후 나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미래를 위해 도전할 수 있는 용기 역시 얻어갈 수 있었다. 나만의 고민은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 세상은 여전히 타인과 연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효과적으로 타인에게 기대며, 때로는 그들에게 나름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존재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이 다르다던 사회의 의견을 한데 모을 방법에 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교에서 배우는 전공에 관해서도 나름의 확신을 얻을 수 있었으며, 그 이유를 알고 나니 학업 능률 또한 상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상담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얻은 가장 중요한 점은 ‘나’라는 사람의 기초를 다듬을 수 있었다는 것일 테다. 내면을 돌아보며, 그 토대를 올곧이 잡고 그것을 기둥 삼아 세상에 열매를 맺을 준비를 마친 기분이었다. 이후의 미래 설계 역시 ‘나’를 중심으로 정립되었으며, 강원대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내비칠 자신 또한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상담 과정이 오히려 나 혼자뿐이었다면 나는 그토록 다른 다양함을 맛볼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타인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적절한 방식을 통한다면 낯설다던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볼 수 있는 나름의 위로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그들과 손을 맞잡으며 비좁다던 현실의 영토를 다시금 넓혀나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으며, 타인을 도울 수 있는 나만의 내공 역시 조금 더 쌓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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