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5회_ 장려상] 심리상담으로 얻을 수 있었던 희망
- 작성자박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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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입니다. 한때 저는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 도움받을 곳을 간절히 찾고 있었고, 정신과 진료, 외부 상담센터 등을 다니다 강원대학교 학생상담센터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받은 상담 덕분에 저는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고, 앞으로도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비단 저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상담을 통해 겪었던 감정과 경험들이 여러분들에게도 작은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랍니다.
상담받았던 내용에 대해 얘기하기 앞서, 먼저 상담을 받게 되기까지 제가 겪어온 일들을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일단 저희 가족은 그렇게 화목한 편은 아니였어요. 저를 포함한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남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아버지는 가부장적이시고 권위적인 편이셔서 말이나 행동이 상당히 거칠었어요. 아버지나 어머니나 당장 내일이라도 이혼하실 것처럼 싸우는 일이 잦았고 집에 들어오면 항상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듯했어요. 어떤 식이든 부모님께 심리적으로 의지하기가 어려웠고 고민이 생겨도 맘 편히 털어놓을 곳이 없었어요. 특히 제가 아버지를 불편해하게 된 큰 계기가 있었는데, 그때가 제가 중학생일 즈음 시골 친척들을 만나고 서울로 올라오는 중이었어요. 운전 중이신 아버지와 조수석에 앉아계신 어머니가 크게 다투셨는데, 아버지께서 화를 참지 못하신 나머지 다 같이 죽자는 식으로 말씀을 하셨어요. 그 순간 저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고, 그때 일은 사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생생하게 기억나요. ‘아버지로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나는 부모님께 아무런 존재도 아닌가?’ 같은 생각을 했어요. 이 일이 큰 트라우마가 되어서 나중에 부모님이 화해하고 잘 지내시려고 노력할 때도 속으로 부모님과 항상 일정한 거리감을 느꼈어요. 제가 아는 부모님의 모습은 언제든지 나를 버릴 수 있는, 이기적이면서도 두렵게 느껴지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요.
스무 살 대학생이 되어서도 친구를 새로 사귀거나 인간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느꼈어요. 자라온 환경 때문이었는지 내성적이었고 다른 사람의 호의를 항상 의심했어요. 나한테 지금 당장 겉으로는 잘해주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고 날 싫어할 거라 믿었죠. 집 밖에서나 또는 안에서나 타인과 어울리는 걸 힘들어하고 감정적인 교류 자체를 두려워하다 보니 히키코모리처럼 지내면서 우울증도 같이 찾아왔어요. 우울증은 갈수록 심해졌고 제가 상담을 받기 직전 즈음에는 자살도 생각할 정도가 되었어요. 겉으로는 어쩔 수 없이 정상적인 척을 하지만, 집에 들어와 방 안에서 혼자 있을 때는 내 자신, 존재 자체가 혐오스러웠고 미래도 불투명하고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원망과 한탄만 했어요. 점차 나이를 먹어갈수록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조금씩 생기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외면과 우울한 내면 사이의 이질감은 점점 더 커져서 결국에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더라고요.
이대로는 정말 위험하겠다 싶어서 큰 용기를 내어 정신과도 방문해보고 나라에서 지원하는 상담센터도 다녀보았어요. 하지만 제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고 깊이 공감해준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힘들었던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학생상담센터를 방문해서 첫 상담일정을 잡았어요. 이때까지만해도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어요. ‘여기서도 나아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나는 정말 아무런 도움도 못 받고 끝나는 걸까? 내가 너무 이상한 걸까?’ 정말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방문했었어요. 처음 상담할 때는 주로 제 이야기와 지금까지의 심정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담사님께서 단순히 들어주고 공감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다는 느낌을 받았고 상담받는 그 시간이 정말 편안하고 치유받는 느낌이였어요. 그리고는 심리 테스트를 같이 병행하면서 나에 대해 자세히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고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같이 이야기 했어요. 특히, 저는 지금의 내 상태가 너무 암울하고 내 스스로가 혐오스러웠고 그래서 나아지고 싶었어요. 상담사님께서는 아주 작은 것부터 조금씩 바꿔보자고 말씀하셨고, 절대 다그치시거나 하는 것 없이 온전히 나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저는 주로 사람을 대할 때 항상 의심하면서 인간관계를 힘들어하고 피하는 것이 큰 어려움 중 하나였기 때문에 주로 이 부분을 바꿔보려고 했어요. 내가 처했던 상황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 말 한마디라도 더 붙여보는 연습 등 기초적인 것들이었죠. 처음에는 이런 단순한 연습들도 저에게는 정말 어려웠어요. 당연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한 번도 안 해왔던 것들을 해보려고 하는 거니까요. 제가 이런 쉬워 보이는 연습조차 잘 못 해내서 스스로 자책할 때도 상담사님께서는 ‘지금도 잘 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시도해보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잘한 일이다’라면서 격려하고 응원해주셨어요. 이때 또 하나 느낀 것은, 누군가의 조건 없는 응원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된다는 것이었어요. ‘사회적인 기준에서 보면 모자라고 어수룩한 나여도, 완벽하지 않은 나여도 어쩌면 사랑받을 자격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과 함께 눈물이 났어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오려고 지금까지 발버둥 친 저 자신이 너무나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상담 회차를 반복할수록 내 주변의 아주 작은 하나라도 바꿔보려 했고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티도 안 날 수 있었겠지만, 그동안 시도하려고 했던 노력 그 자체와 마음가짐들이 제가 변하기 위한 작고 단단한 씨앗이 되어주었어요.
마지막 상담 때,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 “저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고 여전히 가끔은 불안하고 힘든데 그럴 땐 어떡하죠? 또다시 우울함에 빠지고 나 자신을 갉아먹을 것 같아 무서워요.” 사실 그때 상담사님께서 해주셨던 말이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상담을 받아오면서 그리고 지금 저의 모습을 보면 제가 했던 걱정이 절대 걱정할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습니다. 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제가 받았던 상담들이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경험들이고 나중에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힘이 될 것 같아요. 원래는 힘들고 우울할 때 어릴 적 트라우마가 생각났다면, 이제는 그 대신에 떠올릴 따뜻한 기억이 있으니까요.
지금의 저는 저만의 꿈을 가지고 계속 공부 중입니다. 비록 저는 어릴 때부터 안 좋은 경험들과 기억들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할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배우고 노력해서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내적인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아무리 성공하고 훌륭하다고 한들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지 못한다면 외적인 성공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받았던 상담과 그 이전의 겪은 힘든 경험들조차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나 또한 심리적으로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이만큼 힘들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제가 상담을 통해 행복한 내일을 꿈꿀 수 있게 되었듯이, 당신의 내일도 오늘보다 행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