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2회_장려상] 어둠 속에서 나아가려는 나에게
- 작성자정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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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진실들이 있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했던 슬픔같이 간단한 것부터 가정사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서 발생한 비극처럼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와 함께한다. 만약 이러한 문제들이 우리의 일상을 넘어서 지속해서 나타난다면, 그런 형상이 지속된다면 자신의 정신과 발전에 있어서 큰 문제를 끼친다. 나는 어렸을 때 몸이 안 좋아서 정상적인 생활과 거리가 멀었으며, 제대로 된 방향을 잡지 못해 꺾여버린 내 의지까지 합쳐서 학창 생활이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만회하고자 시작한 수험에서 얻은 점수는 만족스럽지 못했으며, 나 자신의 과거에 대한 한탄 후회 등 내 스스로가 싫어지기까지 했다. 그 외에는 큰 문제가 없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공부를 멀리하게 되었다. 적어도 공부를 안 하는 동안 놀거나 일하는 순간에는 괜찮았기 때문이다. 동년배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으니 더욱 열심히 달려야 하지만, 대학교에 합격한 뒤로 술과 놀이로 도피하는 내 자신만이 있었다. 그렇게 영양가 없는 1학기를 보내고 내가 마주한 것은 예상외로 나쁘지 않은 학점이었다. 코로나 기간에 의해 어느 정도 점수가 보정된 것도 있었겠지만 다소 어이가 없고 아주 황당했다. ‘조금만 노력하면 4점대를 받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잠깐 들었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1학년 1학기를 마친 다음 바로 입대하며 휴학에 들어갔다. 군대에서 전역하기 전까지 토익만 끝내고 나오려고 했지만, 다시 시작한 공부는 쉽지 않았다. 습관이 없다 보니 끈기와 노력도 부족했고 어떻게든 자리에 앉아서 집중한다 해도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은 사실상 시간을 버리는 거에 가까웠다. 의지가 있더라도 방법을 모르는 나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과정과 결과는 과거에 실패했던 나를 계속 상기시켰으며, 오히려 실패가 당연하다는 듯이 비웃고 좌절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이는 전역하고 나서 시작된 2학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역을 하고 2학기 수강 신청을 하면서 스스로 나아지기 위해 토익 공부, 학점 4점대 등 여러 목표를 세웠지만, 사회의 맛에 빠진 나는 학습을 멀리하는 악행을 다시 반복했으며 결국 중간고사 벼락치기에 돌입했다. 자리에 앉아서 책을 10분 보다가 이해가 안 가서, 자리가 더러운 것 같아서 등등 온갖 이유 속에서 반복된 바보짓과 그로 인한 자책은 나를 괴롭히고 고통받게 했다. 시험 직전인데도 이해가 안 되는 개념들을 볼 때마다 갑갑한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 같아 공부와 나 스스로가 너무 싫어져만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결국 다가온 시험들을 마주하며 치르고, 바보처럼 무식하게 계속 읽고 쓰면서 공부하다가 지친 밤에 에브리타임에 접속했다. 누군가에게 이 갑갑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는지 무의식적으로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고 내리다가 정보 게시판에서 발견한 하나의 글이 나를 바꾸었다. 학생~ 잠시 쉬어가요. 라는 문구와 본문에는 4, 5줄 밖에 없고 댓글을 하나도 없는 수수한 글에 묘한 신기함을 가진 나는 9장짜리 사진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2번째 그림에서 학습 상담이라는 익숙지 못한 문구에 더욱 혹한 나는 바로 해당 프로그램에 관련된 설명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여러모로 충격을 많이 받았다. ‘시험 때만 되면 불안이 심해서 공부하고도 시험을 망쳐요’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고 집중이 힘든 경우가 공부와 관련되어 있을 때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놀거나 대화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공부를 시작하면 마주하게 되는 실패한 과거들과 현재의 비참한 모습들 때문에 시작하기가 힘들고 끝내 포기했기 때문이다. 당장 중간고사 준비와 시험 기간의 내 모습만 봐도 변하지 않았고 실패에 가깝기에 마음이 동했지만 신청하기에는 오랜 고민이 필요했다. 신청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이 있을까? 너는 공부량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어서 이러는 건데 변명하는 거 아니냐. 그냥 공부나 해라 등 여러 고민 끝에 결국 용기를 가지고 일반학습 상담을 신청하게 되었다. 신청 과정이 어렵지 않았고 무엇보다 대부분 예약이 차 있는 모습은 나에게 신뢰감과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잔뜩 만들어줬다.
중간고사의 마지막 시험이 끝난 다음 날이 나의 첫 학습 상담 날짜였다. 학점과 공부한 내용들만 가지고 상담이 진행될 줄 알았는데 공부 얘기보단 학생이 어떻게 해왔는지 물어보고 관련된 상담 검사들을 하게 되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최첨단 적이며 다양한 검사와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친절한 상담 속에서 나 역시 점점 진지한 태도로 임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조언만 듣고 끝날 거로 생각해서 다소 가볍게 임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상담 시간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검사에 대한 결과가 나온 뒤에는 결과들을 통해 나 자신의내 자신의 인간적인 모습과 문제점들을 설명하시면서 학습뿐만 아니라 일상이나 고민거리 등 내 문제점들을 알려주셨다. 거기에 내 단점뿐만이 아니라 장점까지 설명하시면서 직업이나 학과 관련으로 조언도 아낌없이 해주셨으며, 이러한 모든 과정이 1대1로 진행되었고 따뜻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진행되다 보니 너무 행복했다.
우선 학습 상담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게 된 것이 가장 컸다. 공부할 때마다 불안하고 갑갑하다 보니 문제점이 오직 공부에서만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를 담당해 주신 박명경 선생님께서는 내가 힘들었던 점들을 들으신 다음 학습과는 거리가 먼 과거사에 관한 질문을 시작하셨다. 건강 문제, 학교 적응 문제 등 여러 얘기들을 하다 보니 다소 난잡해졌음에도 두 눈을 마주쳐 주시면서 반응을 해주셨고, 내 얘기가 끝나고 상담 시간이 끝난 뒤에도 여러 검사들을 추천해 주시기까지 했다. 그렇게 계속된 상담에서 나의 문제점들과 검사 결과들을 교차로 설명해 주시고, 과거에 내가 했던 실수를 언급하시면서 내가 가려웠던 부분들을 정확히 짚어주셨다. 점점 계속된 상담에서 내 심리적인 문제들을 언급해 주시고 그에 따른 해결책들도 알려주시다 보니 안정을 찾게 되었고, 아직 공부 관련된 학습 조언이 없음에도 기말고사 준비가 원활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숨기고자 한 비밀들이 많다. 화목하고 문제없는 과정에서 지낸 나는 내 문제점들이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최대한 숨겼고, 나 혼자 고통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커지는 상처는 나도 모르게 성격이나 학습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만들고 있었다. 단순히 실패했던 수험생활만이 문제가 아니라 숨겼던 상처들과 그로 인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의 발전을 막고 있던 것이다. 부정적으로 생각을 하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덤덤하게 넘어갈 수 있기에 나쁜 것만은 10년 이상을 생각하며 살았지만, 사실 겉으로만 덤덤할 뿐 속으로는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서 반응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미 마음이 황폐해졌다 보니 세상을 좋게 보는 따뜻한 말들, 명언들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게 들렸으며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이상하게 보이면 피해가 갈까 봐 남이 보여주는 모습을, 성적을 보여주다 보니 평범 그 자체의 인간으로만 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생각하지도 못한 학습 상담에서 나 자신을 돌이켜보고 객관적으로 나온 결과들이 내가 아프다는 걸 보여주자, 햇빛이 얼음을 녹이듯 부정적인 장벽들이 서서히 걷히게 되었다. 학습 상담임에도 학생의 성적보단 학생의 정서와 학생 자체에 신경을 써준 친절한 상담이 계속되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긍정적인 말들이 마음에 와닿자, 눈물이 흐르며 막혀있던 내 시간이 흐르게 되었다.
그로부터 일상이 달라졌다. 심리적인 안정이 찾아오자, 변하고 싶은, 발전하고 싶은 내 마음이 공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게 되었다. 과거의 나는 책 속 이해가 가지 않는 말들이 있었다면 모자란 내 자신을 탓하고 꾸짖어서 피폐해졌었지만, 이제는 모르는 단어와 개념들이 나를 마주하더라도 ‘그럴 수 있지’라고 한 번 머리를 환기한 뒤에 다시 집중할 수 있다. 그렇게 한 단어를, 문장을, 단락을 이해하고 끝내 단원까지 이해하게 되면 기분 좋은 고양감이 온몸을 흐르게 된다. 이렇게 하나를 마무리하게 되는 능력이 생기자, 주의 집중력 또한 오르게 되었다. 피폐해진 정신은 공부에 몰입을 방해하게 되지만, 자신감을 가지게 된 정신은 비슷한 문제를 해결했었던 경험을 근거로 나에게 믿음을 주었고 이러한 믿음은 유혹을 물리치는 하나의 방패가 되어서 버틸 힘의 근간이 되어준다. 마지막으로 유혹과 피폐함으로부터 한 번이라도 승리를 한 내 자신은 내가 잘 싸우는 방법을 무의식적으로 찾게 만든다. 나 같은 경우는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매우 크므로 내가 타인을 가르치는, 멘토의 입장에서 수업을 준비하도록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임을 알게 되었는데 단순 키워드 하나만으로 내용들이 기억나다 보니 기말고사 준비하기가 매우 편했다. 그렇게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자, 상황을 긍정적으로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고자 하는 욕망과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 기말고사 기간까지 한 달 정도만 상담했을 뿐이지만, 나에게 생긴 이 변화를 믿을 수 없다. 아무리 하기 싫은 공부라 할지라도 좌절하지 않으며 오히려 나서서 방법을 찾고 이겨내고자 하는 이 투쟁심과 열정을 가진 내 모습을 과거의 내가 봤다면 믿을 수 없는 수준일 정도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한 전공 관련해서 질의응답 및 가채점 결과 발표가 떴었다. 점수를 확인하려면 교수님한테 직접 가야 했던 이 전공은 1학기 때 c+을 받고(심지어 이때는 코로나 기간이었다.) 중간고사 때 평균 미만이었던 점수를 받았던 가장 자신 없는 과목이었다. 그러나 중간 이후 상담을 통해 받았던 격려와 도움은 부정적인 나를 바꾸는 데 도움을 주었고 다소 높은 목표를 설정하게 도와줬다. ‘아무리 힘들어도 멈추지 말자,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생각 속에서 마주한 나의 점수는 85점. 해당 과목의 기말 평균이 70점이었다. 가채점 결과를 들으러 가서 내 중간과 기말 점수를 보신 교수님이 정말 열심히 노력했구나, 고생 많았다. 기말 점수만 보면 a인데 아쉽다고 말씀하셨을 때 내가 느낀 기쁨은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절대 들을 수 없었을 말이다. 방학이 시작되고 휴식을 취한 다음 나는 바로 군대에서 내가 포기했던 토익을 내 다음 목표로 잡았다. 그 누구도 나에게 시키지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내가 얻은 자신감은 스스로에 실패했던 과거를 당당하게 마주하도록 만들어줬다. 실패를 싫어했고 도망치려 했었던 나에게 있어서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결과가 항상 긍정적일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내가 할 행동에 있어서 당당해지고 나아 갈 수 있음에 기쁘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가 쓴 시 Invictus에서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문이 얼마나 좁은지, 아무리 많은 형벌이 날 기다릴지라도 중요치 않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
과거의 나를 돌이켜보자면, 나는 나라는 배에서 하나의 조타수였다. 내 이름이 제목인 영화에서는 지나가는 배경에 있는 흔한 나무였으며 내 이름이 제목인 소설에서는 지나가는 노숙자에 불과했다. 슬픈 점은 괜찮은 서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의지가 없어서 주목도 받지 못하고 먼지투성이가 되더라도 반항 없었을 것이다. 내가 처한 처지에 열정이 없는 송장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그런 조연일지라도 주연이 될 수 있다면?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한 통쾌한 장면이 있을까? 당신도 가능하다. 물론 시작이 절반이듯이 할까 말지 고민하고 있겠지만 하는 것을 추천한다. 상담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제공되어 있으며 변화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상담한다고 해서 바로 결과가 유의미하게 나온다는 보장은 없고 오히려 부정적인 현실이 당신을 마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실의 모습이 아니다. 나아지는 미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신과 함께하는 상담 선생님이 등대가 되어서 당신이 나아갈 항로를 보여줄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두려움을 마주하더라도 순항하게 될 당신의 밝은 미래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