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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6회_ 우수상] 나를 마주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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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동안 저는 이상할 만큼 힘들었습니다.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았고, 모든 행동에 가치를 따지며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외식을 하면서도 음식이 맛이 없거나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두고두고 후회했습니다. 그런데도 쇼핑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쇼핑을 할 때는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왜 이런 물건을 샀을까” 하며 스스로를 비난했습니다. 이런 반복 속에서 저는 점점 더 지쳐갔습니다.


  이 모든 불안과 초조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 같았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스스로에게 더 큰 압박감을 주었습니다.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자격지심은 저를 끊임없이 몰아붙였고, 제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를 향한 제 감정은 복잡했습니다. 사랑하면서도 거리를 두고 싶었고, 동시에 의존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상담을 찾았습니다. 어머니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지금 제 삶의 혼란을 조금이라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 상담에서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제 감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상담사 선생님은 제 이야기를 듣고, “모든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 감정을 부정하고 억누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상담 이후, 처음으로 제 감정을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상담 이후, 저는 친한 친구들에게 조금씩 제 고민과 힘든 부분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저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들 역시 학업, 진로, 인간관계, 그리고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이 깨달음은 제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어머니를 날 책임져야 할 사람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기대고 의존해야 할 대상이었고, 제 감정의 중심에는 항상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담과 대화를 통해, 제가 어머니를 보호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 역시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상담 이후, 저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제 삶은 또다시 흔들렸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저를 지켜줄 것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가 떠난 후, 세상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남겨진 빚과 책임은 우리 가족에게 큰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아버지의 부재는 저에게 죽음과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삶이 얼마나 덧없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인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버지 없이 우리 가족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상담은 애도 상담이었습니다. 상담사 선생님은 제가 느끼는 슬픔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버지가 떠나시기 전, 저는 어머니를 항상 저를 책임져야 할 존재로만 생각했지만, 동시에 나이를 먹어서 내가 어머니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 책임감이 저를 압박하며 부담으로 다가왔고, 그동안 제가 어머니와의 관계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이유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를 바라보는 제 시선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단순히 저를 지켜주는 보호자가 아니라, 함께 슬픔을 극복해나갈 동료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어머니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관계를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이런 깨달음을 통해, 저는 제 자신이 조금 더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제게 뿌듯함을 안겨주었습니다.


  상담은 제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습니다. 첫 번째 상담을 통해 어머니와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았고, 두 번째 상담은 그 관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보호자로만 보지 않고 함께 나아갈 동료로 바라보게 된 것은 제 삶에서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어머니에게 의존하거나 자격지심에 사로잡히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감정을 나누고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습니다. 제가 느낀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인정했을 때, 비로소 제 삶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지금도 저는 여전히 무기력함을 느낄 때가 많고, 삶의 비전을 완벽히 세우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고민이 끝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의 고민과 생각이 결국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고민과 불안이 제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보다는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상담은 제가 혼자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나누고, 함께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고민 속에서 답을 찾기보다, 그 고민을 통해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보시다시피 상담은 저를 완전히 바꾸어 놓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상담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재정립하며, 삶의 방향을 조금씩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를 돌아보며 서로를 동료로 바라볼 수 있게 된 변화는 제게 큰 의미를 주었습니다.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완벽하지 않은 제 모습도 받아들이고, 제 삶에서 더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상담을 고민하고 있다면, 한 번 용기를 내어 시작해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상담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상담은 단순히 위로나 정답을 듣는 곳이 아니라, 나 자신을 마주하고, 내 삶의 혼란을 정리하는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상담을 통해 저는 고민이 더 이상 저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한 고민과 불안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혼자만 고립되어 있다고 느꼈던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누군가와 내 감정을 나누는 일은 처음에는 어색하고 두려울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각과 방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지금 당신이 “이 정도 문제로 힘들어하는 내가 너무 초라해.”, “내 감정은 진짜일까, 내가 과장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상담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상담을 통해 이러한 생각들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이며, 나를 괴롭히는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려는 태도가 얼마나 힘든지를 배웠습니다. 내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면서 누군가와 나누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힘든 일을 혼자서 계속 생각하다 보면, 문제를 과장하거나 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상담사 선생님은 제가 털어놓은 이야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상담은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결국 삶의 고민과 선택은 나 자신이 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상담을 통해 함께 그 무게를 나누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고민을 말로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큰 위로와 정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금도 완벽히 나아지지 않았고, 무기력한 순간이 여전히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조차 저라는 사람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고민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그 고민 속에서 나만의 방향을 찾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상담은 제가 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걸어준 과정이었습니다. 저처럼 고민하는 누군가에게도, 상담이 그러한 작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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