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6회_ 장려상] 사랑 연습
- 작성자박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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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관계를 주제로 한 ‘사랑 연습’이라는 집단 상담에 5회기 동안 참여했다. 이번 학기 수강 중이던 전공 수업인 ‘임상현장실습2’에서 학생상담센터 현장실습을 진행하던 중 집단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떤 주제로 집단 상담을 진행하는지 모르고 시작해 막연히 대인관계에 대한 집단 상담일 거라고 생각했다. 첫 회기에 어떤 주제로 집단 상담을 진행할지 알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감정을 다루는 법이나 대인관계 기술 등을 예상했던 터라 이성 관계에 대해서도 집단 상담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성 관계에 대해서 집단을 이뤄 개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성 관계에 평소 관심을 많이 가지지 않아서 더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연애는 하면 좋지만,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나의 시간과 체력을 연애에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다. 연애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 경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연애는 친구보다는 더 친한 이성 친구가 생기는 것 정도였다.
먼저, TCI 검사(기질 및 성격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나의 기질과 성격, 내가 끌렸던 사람의 기질과 성격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 TCI 검사 결과, 기질에서는 자극 추구와 위험회피가 비슷한 수준으로 높게 나왔고 인내력이 유의미하게 낮게 나왔다. 그리고 성격에서는 자기 초월이 유의미하게 낮게 나왔다. 나는 탐색적 흥분, 충동성이 높게 나왔는데,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어떤 것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드는 나의 평소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내가 혼자 일정이 있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서울의 백화점에 있는 서점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어떤 여성분이 앉으시더니 나에게 이 백화점에 맛있는 카페가 어딘지 아냐고 물으셨고 나는 처음 와봐서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렇게 혼자, 마저 책을 읽고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나에게 혼자 왔냐며 계속 말을 거셨다. 질문에 답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함께 저녁을 먹자고 제안해주셨고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이름도 모르는 채로 대화를 나누다가 저녁을 먹기 직전에 통성명했다. 그렇게 그날, 나는 처음 보는 분과 저녁을 함께 먹었고 연락처를 공유했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과 저녁 식사를 하는 그 순간이 나에게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이외에도 밴드 공연이나 여행 등 계획 없이 갑작스럽게 결정하는 순간들이 많아 TCI 검사에서 이런 나의 충동적인 성향이 나타난 것 같다. 그리고 위험회피의 하위척도에서 예기불안이 높고, 쉽게 지친다고 나왔다. 사실 나는 불안과 관련된 강박장애를 가지고 있어 1년 정도 약을 먹고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에너지를 소진하는 편이고 체력도 좋지 않아 검사 결과에 쉽게 지친다고 나온 것 같다.
인내력의 하위척도들은 전부 낮게 나왔다. 근면, 끈기, 성취에 대한 야망, 완벽주의 모두 낮은 점수로 나왔다. 하지만 자율성에서 책임감이 높게 나왔다. 나의 인내력이 부족한 기질적인 면을 높은 책임감으로 채웠다고 생각한다. 나는 세 살 어린 동생이 있어서 항상 언니였기 때문에 책임감을 어렸을 때부터 기를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 같다. 책임감 덕분에 나는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출석, 과제, 공부 등 하고 싶지 않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마지막까지 잘 해낼 수 있었다. 금방 싫증이 나고 질려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내가 맡은 일이고 내 역할이기 때문에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항상 임했던 것 같다.
나의 이런 기질을 토대로 내가 과거에 호감을 느꼈던 상대의 특징들은 어땠는지 생각해봤다. 내가 호감을 느꼈던 상대들의 공통점은 예술과 관련된 공부를 했고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었다. 조용하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유쾌하게 분위기를 띄우는 편이었고 나보다 3~4살 정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이런 공통점들을 봤을 때, 나는 나에게 새로운 자극, 흥미를 주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예술을 하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명확했던 것 같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쉽게 지치는 편이다 보니 내가 나서서 분위기를 이끌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더 선호했고 그런 곳에는 분위기를 잘 띄우는 사람에게 눈이 먼저 갔다. 기질과 성격적인 면이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지 알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평소에는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다음으로는 자신의 강약점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하는 것,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했고 금방 질려하고 지치는 것을 약점으로 생각했다. 나는 한 사람을 오래, 자주, 많이 만나고 시간을 함께 계속 보내다 보면 그 사람에게 금방 질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관계에 있어서 거리감을 충분히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평소에 내가 연락을 잘 받지 않는다는 것 또한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했다. 주말이나 집에서 쉬는 날에는 연락을 아예 받지 않았고 가족이나 학교 외의 전화는 피하는 연락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와 연락하는 것 자체가 혼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 에너지를 계속 사용하는 느낌이 들어서 대체로 내가 밖에 외출했을 때 연락을 받았다. 혼자 있을 때 연락을 하면 에너지를 충전하지 못하고 계속 연락에 신경이 쓰이니 아예 회피했다. 학기 중에는 수업이나 일정이 있어서 그래도 주중엔 연락을 받았는데 방학이 되고 밖에 외출하는 날이 줄어드니 방학 동안 내가 아예 연락을 보지 않았던 친구들도 있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나와 비슷한 연락 패턴을 가져서 대부분 서운해하거나 연락과 관련해서 얘기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대학교에 와서 만난 친구들에게 이런 나의 연락 문제에 대해 서운해하거나 잘 확인하고 답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어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연락과 관련된 습관은 단순히 연락이 귀찮다는 문제가 아니라 나의 심리적 에너지와 관련해서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내가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래서 하루 한 번 온 연락들을 확인하고 답장하기를 목표로 해 연락을 확인하고 답장하는 횟수를 늘려갔다. 친구들과 연락하면서 친구들과의 감정적 교류가 더 많아졌다. 친구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위로해줄 수 있었고 내가 응원이 필요할 때 친구의 응원을 받을 수 있었다. 연락이 나에게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친구들과 교류하고 정서적으로 편안해질 수 있는 일로 변화되었다.
집단 상담을 하면서 나의 성격⋅기질, 강약점, 내가 호감을 느끼는 상대의 특징 등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집단원들과 함께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집단 상담이다 보니 혼자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법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집단 상담의 집단원으로 참여하며 전공 수업 시간에 이론으로 배워왔던 집단 상담의 효과를 직접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번 집단 상담의 주제였던 ‘이성 관계’로 학생상담센터를 찾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듣고 내가 심리학을 전공해, 상담심리사나 임상심리사로서 일하기 위해서는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불필요한 경험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연애해본 경험이 없어서 고민인 학생들이 꽤 있을 것 같다. 상세하게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 연애에 대해 걱정이나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이 집단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우선 나를 먼저 알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맞게 자신을 가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내가 먼저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상처받기 무서워 마음을 미리 닫아버리는 것보다는 나 자신을 알아가고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로 여기며 건강한 이성 관계를 만들어 나가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