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6회_ 가작] 작은 날갯짓, 작은 물방울, 작은 움직임...
- 작성자박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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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을 돌이키며 학생상담센터에서 개인상담을 받으면서까지 변화하게 된 과정을 적어보려고 한다. 오만함에서 비롯된 게으름, 열등감에서 시작된 불안함, 부모님에 대한 원망 등 상담을 받기 전엔 온갖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했었다. ‘난 안해서 그렇지 하면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오만함에서 시작된 게으름은 나를 더욱 집에만 고립시켰으며,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잘난 다른 사람과 내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며 느낀 열등감은 한 없이 초라한 내 모습에 경멸하는 주변사람들의 반응을 상상하게 만들며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두렵게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상담을 신청하게 된 이유인 부모님에 대한 원망은 게으름과 열등감이라는 불에 마른 장작과 같았다.
아버지는 내게 한없이 자상하셨지만, 하시던 사업이 망하고 늘어난 빚을 방관한 채 어머니에게 책임을 전가하셨다. 이런 어머니는 나에게 화를 내시고 욕하는 일이 잦아지셨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부모님들의 정확한 속사정을 알 수가 없었고, 물어볼 용기조차 없었다. 어머니의 욕설로 인한 상처와 빚더미인 집안사정은 스스로를 비극의 주인공이라는 매력적인 설정에 빠지게 만들었다. 비련의 주인공이라는 상상은 잘못된 행동과 생각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충분했다. “게으르고 내가 못난 것은 다 부모님 때문이야.” 라고 생각하면, 참 편했다. 나를 점점 갉아 먹는 줄도 모른 채로, 아니면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 외면한 채로 내가 만든 세상에 몇 년을 갇혀 살았다. 대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입학을 했으니까 학교를 다녔고, 그저 돈이 필요해서 장학근로를 하거나 알바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 이외에 시간은 그저 핸드폰만 바라보고 인스타그램 속 잘난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다 릴스나 쇼츠(숏폼 플랫폼)만 그저 스크롤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방학만 되면 늦게까지 핸드폰을 보다 잠 들었고, 점심시간이 돼서야 일어나서 핸드폰만 보며 하루를 보냈다. 이런 삶이 반복되다가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될 무렵 학과 조교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한 학년에 20명도 채 되지 않는 소수 과에서 수업도 자주 빠지고, 항상 성적도 최하위권을 머물던 나는 요주의 인물이었던 것 같다. 술 마시고 노는 게 재밌냐고 비꼬듯이 물어보시는 말에 술은 안마신지 오래됐다고 대답했다. 그럼 요즘 뭐하냐는 말씀에 아무것도 안한다고 대답했다.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냐고 물어보시더니 학생상담신청을 권유하셨다. 당시에는 상담을 해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열심히 살고 싶었는지 거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조교선생님 자리에서 개인 상담신청을 하게 되었다.
상담의 시작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부터였다. 내 모든 결과가 부모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모님 얘기를 가장 먼저 하게 된 것은 당연했다.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와 나에게 하셨던 말들, 내가 부모님에게 느끼는 감정을 모두 얘기했다. 특히, 힘든 일이 있으면 나에게 화풀이하시고, 술자리에 나가기 위해 어린 동생을 보라고 명령하듯이 부탁을 하시던 어머니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했다. 제일 힘들어 했던 일이 어머니와의 관계였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반대로 원만했다. 그러나 아버지로 인해 집에 큰 빚이 생긴 것을 안 뒤로는 원망스러운 감정이 조금씩 들더니, 아버지를 피하게 되고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동안 친구를 만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상담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동안은 아무도 부모님의 대한 원망을 이해하고 들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했었기에 말을 꺼내는 것이 어색했다. 확실히 내 힘든 것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상담을 통해 지금 가정의 문제는 내가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삶에서 나와 가정사를 분리하게 되었고, 부모에 대한 원망이라는 마른 장작을 내 마음속에서 꺼내는 법을 알게 되었다. 나를 힘들게 하던 불씨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여전히 게으른 것에 익숙해져,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공부를 하려고 하면, ‘어차피 열심히 해도 또 꼴찌일 텐데...’, ‘이제 와서 해봤자 무슨 의미겠어...’ 등등 안일한 생각에 다시 누워서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일이 반복됐다. 그리고 또 가끔은 같은 학과 내에서 공부를 엄청 잘하거나 유명한 회사에서 학부생활과 병행하며 근무하는 동기들을 보면, 내심 부럽고 비교되는 내 모습에 우울해졌다. 열등감은 우울하게 만들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불안하게 만들었다. 공부를 시작하려고 해도, 운동을 하려고 해도,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다. 아무것도 제대로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심지어 계속되는 노력을 통해 무언가를 성취한 적이 오래돼서 즉각적인 성취와 쾌락만을 쫓는 사람이 돼있었다. 가정에 대한 상담 이후에는 나를 괴롭히는 열등감과 시작하기조차 힘들어하는 게으른 생활에 대해 상담 받고 싶어졌다.
상담 선생님은 나를 집중 못하게 하는 생각들을 공책에 손으로 적든 핸드폰으로 메모하는 방식으로 적어보라고 권하셨다. 그 이후로 다음 상담까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내 생각을 처음으로 적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써내려간 글 속에서는 머릿속으로 정리되지 않은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한 눈에 들어왔다. 직접 쓴 글을 다시 천천히 읽어보았을 때, 나와 나를 괴롭히는 내 생각이 분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다시 집중하기 수월해졌다.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고 좌절하는데 에너지를 쏟았던 전과 달리 앞으로 나아가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열심히 삶에 집중하는 자신이 멋져보였다. 남들과 비교하기 바빴던 전과 달리 스스로에게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러한 생각은 강원대학교의 핵심역량 중 실천역량에 큰 도움이 되었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역량임을 다들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의 성장과 미래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면 그 다음은 쉽다고 깨달았다. 이는 실천역량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마인드 셋’이다. 상담을 통해서 그동안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실행으로 옮기기 어려웠던 실천역량을 강화하게 되었음을 느꼈다.
아주 큰 양동이에 작은 물방울을 떨어트리면 아주 작은 파장만 일으키고 양동이가 차오르는 것을 느끼기 어렵다. 반면에 아주 작은 양동이에 작은 물방울은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이고 금방 양동이가 차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두 양동이 중 어느 곳에 물방울을 담을 것인가? 그동안 나는 작은 양동이에 물방울을 떨어트리고 금방 넘쳐도 계속해서 작은 양동이에만 물방을 채우고 있었던 것 같다. 큰 양동이에 물방울을 채워봤자 금방 티가 나지 않아 무시한 채 나의 성장을 위한 큰 양동이에는 물방울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씩이지만, 계속되는 ‘성장’이라는 작은 물방울을 큰 양동이에 채우는 것이 훗날 큰 성공을 가져오는 중요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와 비슷하게 자신에게 확신이 없고 어차피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믿고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작은 날갯짓은 큰 바람이 되고, 작은 물방울들은 큰 양동이를 채우기 충분하며, 반복되는 작은 움직임과 실천은 결국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