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3회 학습상담_장려상] 모든 사람은 처음부터 계획적이지 않았습니다.
- 작성자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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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생을 바다에 떠 있는 배로 비유하듯, 우리가 목표한 대로 인생이 흘러간 경험은 드물 것입니다. 저에게는 공부가 마치 파도에 흔들리는 돛단배와 같았습니다. 높은 목표와 열정을 가지고 무턱대고 도전하다 보면 목표를 성취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마음가짐은 어느 하루는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게 하였지만, 매일 공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은 도서관에서 한 전공과목만 수 시간을 공부하고 지쳐 나가떨어진 자신을 보며, 제 학습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고, 나름대로 공부를 위한 계획을 세웠지만, 여태까지 그래왔듯 제 머릿속에 박혀있는 습관과 태도들은 쉽게 바뀌지 않았고, 그렇게 학습상담실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1학기 중간고사: 시간과 주어진 일의 구획 나누기
2024년 4월 2일, 1학기 중간고사가 약 3주가 남은 시점에 학습상담실을 방문한 저는 간단한 심리검사와 함께 상담선생님과 중간고사를 위한 시험 대비 계획을 세웠습니다. 첫 번째로 일주일을 시간 단위로 쪼개어 온전히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표시하였습니다. 1시간 단위로 나누어진 계획표에서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이전에는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간이 늘 부족하였는데, 오히려 제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시험공부를 위해 공부할 분량과 복습할 분량을 정했습니다. 저는 특정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성향이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다른 과목을 다 제쳐두고 한 과목을 하루에 6시간이나 할 정도로 편식이 심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끝마치지 못하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할 과목을 정하고 공부를 하였습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확인하고 주어진 일의 구획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강의 시간과 밥 먹는 시간 등 사용하지 못하는 시간은 내버려두고,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저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쓸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제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죠, 시간을 소유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과목만 집중적으로 할 때보다 공부할 수 있는 분량이 늘어났고, 여러 과목을 한꺼번에 챙길 수가 있었습니다. 계획이란 것과 누구보다 거리가 멀었던 저는 처음으로 계획과 함께 나름 만족할 만한 성적을 얻었습니다.
1학기 중간고사의 복기: 완벽주의의 함정
사실 중간고사를 위해 계획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첫 번째, 계획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제게 계획이란 1분 1초도 어그러지면 안 되는 규칙으로 생각했었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처럼 플래너를 들고 다니며 강박적으로 계획을 지키고, 계획마다 A 안, B 안, C 안까지 있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열정 넘치게 세운 하루 공부 분량과 계획에 고려하지 않았던 친구들과의 약속들은 계획표를 만든 자기 자신을 자책하게 했습니다.
두 번째, 저는 모르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다른 것을 내쳐두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다른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찝찝함 때문에 계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저를 더욱 힘들게 하였습니다. 상담 선생님과 함께 중간고사에 대해 다시 돌아보며, 계획은 철저해야 한다는 생각과 모르는 게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완벽주의의 함정인 것을 알았습니다. 단순히 계획에 없던 일이 일어났다면 계획표를 수정하면 되고, 모르는 부분은 일단 넘어가고 나중에 다시 공부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계획표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저에게 계획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융통성을 주었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어도 괜찮다는 마인드는 역설적으로 더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학습을 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1학기 기말고사: 노트필기와 코넬 노트
중간고사 내용을 복습하기 위해 노트필기를 한 내용을 보며, 공부한 내용을 요약한 필기 노트가 아닌 공부한 내용을 기록하기 위한 글처럼 느껴졌습니다. 오죽하면, 정리한 내용을 보며 저도 이해하기가 힘들었으니, 남이 보아도 당연히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선생님께 추천받아 코넬 공책에 정리를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노트에 필기할 때 공부한 내용을 잊어버릴까 봐 상세한 내용까지 모두 기록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제가 공부를 한 노트를 보면 장황하고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욕심 덕분에, 코넬 노트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코넬 공책은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공책 윗부분을 제목 영역, 왼쪽 부분을 단서 영역, 오른쪽을 필기 영역, 하단부를 요약 영역으로 나눠보자. 필기 영역에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강조한 부분이나, 내용상 꼭 정리해 둬야 하는 것을 기록한다. 되도록 정확하고 간단명료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자. …중략… 단서 영역에는 노트필기 해놓은 것을 토대로 복습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이 영역은 시험 보기 전 한 번씩만 훑어봐도 자신이 무엇을 공부했는지 알 수 있는 ‘공부 단서’들의 모음이라고 보면 된다. 공책 하단부 요약 영역은 ‘필기 영역’을 참고하면서 전체 내용을 2~3줄로 간략하게 요약하는 공간이다.
저는 공부를 할 때 책의 목차대로 정리하지 않고 노트필기를 하기 위해 저만을 위한 목차를 만들었습니다. 내용을 소단원으로 쪼개어 주제를 정한 다음, 최대한 간략하게 내용과 키워드를 정리하고 전체 내용을 요약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상세한 내용을 배제하고 최대한 간결하게 내용을 정리하고, 소단원마다 3줄 정도 되는 칸에 모든 내용을 요약해야 한다는 점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사실 코넬 노트로 정리를 하고도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정리한 코넬 노트를 보면 핵심이 되는 내용만 적혀있고, 내용에 대한 부연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코넬 노트를 통해 복습할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코넬 노트를 정리한 후, 복습할 때 빨간색 볼펜과 형광펜으로 중요한 내용을 표시하고, 파란색 볼펜으로만 필요한 부연 설명을 정리하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복습할 때마다 자주 잊는 내용을 빨간색 볼펜과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내용의 흐름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만 파란색 볼펜으로 정리를 하였습니다. 몇 번의 복습을 통해 코넬 노트는 저의 약점과 핵심을 모두 담고 있는 노트가 되었습니다. 모르는 부분을 복습하기 위해서 빨간색과 형광색 부분만 보면 되었고, 굳이 알고 있는 내용을 모두 정리할 필요 없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파란색 볼펜으로 간략하게 정리하면 되었습니다. 2학기 전공 공부를 하며 1학기에 배운 전공과목 내용을 복습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때, 코넬 노트 덕분에 공부한 내용을 빠르게 복기할 수 있었습니다.
2학기 학습상담: 불안의 통제, 루틴
2학기에 들어서서, 저는 계획과 학습하는 방법의 방향을 어느 정도 잡았습니다. 하지만, 계획을 방해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따금 올라오는 불안이 문제였습니다. 과거 실패의 경험, 현재 내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취업과 미래에 걱정은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불안은 불안을 낳았고, 제가 계획한 것들을 못 하도록 방해하였습니다.
한 달에 많게는 3번씩이나 찾아오는 불안은 여태까지 계획적으로 살려고 했던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선생님께 찾아가 상담하곤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가 무엇 때문에 불안한 것인지 객관적으로 보아주셨고, 얘기하면서 진짜 저의 모습과 현재 해야 할 것을 뚜렷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현재 해야 할 것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불안한 마음과 혼란스러운 마음은 사라졌고 다시 미래를 계획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저 자신을 발견하였습니다.
불안을 다루는데 루틴 역시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저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평소에 오전/오후 시간은 강의와 계획한 일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운동을 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운동을 매일 가지는 못했지만, 저 자신이 게을러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백령스포츠센터로 향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리프레시를 했습니다. ‘그렇게 일찍 일어나면 피곤하지 않냐?’라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피곤하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 깔끔하고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도서관에 도착하여 오늘은 어떤 계획이 있는지 확인하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저 자신이 좋았습니다. 이러한 저의 루틴이 불안이 생길 때마다 빠르게 극복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현재를 인지하고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처리해 나가는 것과 자신만의 루틴은 일상에서 검게 드리어오는 불안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저만의 방법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몇 번씩 불안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떻게 불안에서 회복할 줄 알고 있기에,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습상담의 후기
2학기 동안의 학습상담을 통해, 한 과목만 죽어라 공부하며 하루하루 공부하기 급급한 학생에서, 내일을 계획하고 목표를 세우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코넬 노트 작성법과 학습규칙을 세워 학습 습관을 개선하고,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는 방법,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았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아는 것도 아니고, 완벽한 방법론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방향성에 대해 알고 있기에 발전을 시키는 건 이제 저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생들도 여러 걱정이 있어 학습상담에 관심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상담이라는 어휘에 상담 신청을 망설이는 친구들도 보았고, 막상 상담에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걱정하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부족한 점과 고치고 싶다는 열정이 있다면, 학습 상담이 상담사분들과 함께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배우기를 멈추는 사람은 스무 살이든 여든 살이든 늙은 사람이다. 배우는 사람은 항상 젊다”라고 헨리 포드가 말했습니다. 인생에서 공부를 넘어 배움과 학습은 큰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학습상담을 통해 공부하는 방법이 아닌 학습하는 방법에 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