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3회 전과학습클리닉_우수상] 불안이 확신(당당함)이 되기까지
- 작성자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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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과학습클리닉 참여 동기
고등학생 때 진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재수를 거쳐 수능 성적에 맞는 현재 학교와 학과에 입학했다. 2학년 1학기를 다니던 중에 전공 적합성이 맞지 않는 것을 알고 전과를 결심하게 되었다.
학점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중간고사를 마치고도 쉬지 않고 공부하던 중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공부가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학습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변화 없이 이대로 공부하다가는 조만간 모두 포기할 거 같다는 생각에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2. 진로 탐색의 시간
상담사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난 적잖이 당황했다. 상담사 선생님은 전과를 준비하기 이전에 내 인생의 목표 그리고 공부의 방향성에 대해 질문하셨다. 나는 내 적성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그럴듯해 보이는 학과를 지원하려 했다. 지금까지 그저 성실함으로 성적 관리에만 신경을 썼었다.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메타인지가 전혀 안 되었다.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이 권유하는 대로 인기 있는 학과에 전과하고자 했었고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삶에 대한 진중한 고민 없이 멍청하게 달려만 온 스스로가 한심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믿어왔는데 알맹이가 없는 빈 껍데기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마주하니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상담을 시작하면서 학습유형검사로 내 흥미와 적성, 학습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모르던 공부와 성격 면에서 나의 성향(행동, 이상, 규범)을 파악하고 나니 지금껏 알 수 없던 나의 모습들이 하나둘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주변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오직 나만 생각해서 진로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그렇지만 내가 여태 간과하고 있던 사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나의 직업적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셨다. 나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지레짐작 겁을 먹고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선생님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긴 진로의 여정을 떠나기 전, 바로 가는 길을 제쳐두고 빙 둘러 가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 뻔했다. 지름길이 어둡고 무서운 곳이라는 상상에 빠졌다. 상담 덕분에 나는 목표로 하는 자격증 시험 과목을 희망 진로에 더 적합한 것으로 바꿀 수 있었다.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긴 시간을 두고 거듭해 스스로 숙고한 결과, 드디어 나에게 적합한 학과와 진로를 찾을 수 있었다.
3. 내가 세운 진로 따라가기 (기반 다지기- 시간 관리와 노트필기)
목적지가 정해졌으니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저절로 따라왔다. 목표는 높고 나의 능력은 아직 미약하기만 한데 어떻게 공부해야 할 지 막막하였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거쳐야 하는 과정을 고층 건물을 세우는 일에 빗대서 알려 주셨다. 공부를 시작하는 지금은 쌓아 올리기보다는 기반을 먼저 다지는 작업이 필요함을 일깨워주셨다. 즉,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공부 습관을 형성해야 했다.
1) '시간관리'(강박 없애기 / 휴식 / 체력관리)를 통한 변화
나에게 필요한 공부 습관은 크게 두 가지. 시간 관리와 노트필기로 나눌 수 있었다. 선생님을 만나기 전, 나는 분 단위로 공부 시간을 기록하고 잡념 없이 순수하게 공부에만 투자한 시간(순수 공부 시간) 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다. 난 남들보다 적은 시간 공부해도 금방 지치곤 했다. 이때마다 스스로 정신력을 탓하며 억지로라도 책상 앞에 앉아있거나, 어차피 지금 공부해도 집중하지 못할 게 뻔하다며 무절제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이러다 보니 공부 시간이 들쭉날쭉했고, 공부 목표를 제때 달성하기가 어려웠다. 또, 한 과목에 꽂히면 그 과목만 독파하는 유형이었기에 공부 비율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했다. 선생님께서는 여러 해답을 제시해 주셨고 이 해답들의 복합적인 조화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었다.
(1) 강박 없애기(계획표)
먼저 공부(집중) 시간에 대한 양적 강박을 내려놓아야 했다. 강박은 계획이 지켜지지 않으면 불안감을 가중해 공부의 지속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강박대로 행동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면 정작 지식을 내 것으로 소화하는 질적인 공부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선생님께서는 강박적 목표를 이루려 하기보다 계획표에 기반한 공부 루틴을 지키는 편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하셨다. 시간대와 과목이 정해져 있는 (학창 시절의 시간표와 유사한) 요일별 계획표를 직접 세우고 실천하게 되었다. 계획표를 작성하며 가용시간을 파악하고 목표 시간을 정함으로써 바쁜 날은 공부 시간이 적더라도 불안해하지 않게 되었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날은 최대한 목표 시간에 맞춰 집중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당장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 크게 고민 없이 바로 공부에 임할 수 있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도 했다.
(2) 휴식
이에 더해, 선생님께서는 지속적인 공부를 위해 적절한 휴식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다. 이전까지는 적절한 휴식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에 매번 지나치거나 부족한 휴식 시간을 갖곤 했다. 선생님께서는 집중력, 과목, 일주일 단위로 언제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알려주셨다.
휴식이 필요한 때를 알려주시면서 내가 공부 시간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공부에 최적화된 공부 루틴을 형성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꿈에 다다르기 힘든 만큼 휴식이라는 개념을 지워버리고 온종일 공부만 해야 한다는 심리적 강박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3) 체력 관리
마지막으로는 체력 관리를 할 것을 당부하셨다. 그전까지는 공부 시간에 대한 집착으로 운동하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여기고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 왔었다. 선생님께서는 집중력의 한계를 금방 느끼는 것은 어쩌면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서일 수 있다고 하셨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중간에 나가떨어지지 않으려면 기본적인 체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시기도 했다. 상담 이후, 헬스장을 등록해서 일주일에 3~4번 정도는 꾸준히 운동했다. 그 결과, 집중력 문제는 많이 개선되었다.
2) '노트필기'를 통한 변화
노트필기를 할 시간에 책을 한 번이라도 더 보자는 시간 강박에 의해 노트필기는 중학생 때 이후로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노트필기란 상대적으로 여유 시간이 많은 상위권 학생이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사치일 뿐이었다. 굉장한 시간 낭비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노트필기는 정작 하려는 공부에 비해 항상 공부 시간이 부족했던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었다. 책은 반복해서 볼 때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이 아니라 밑줄 친 중요한 부분 위주로 보는 것이다. 핵심을 한곳에 모아 정리하지 않으면 책을 한 장씩 넘기며 중요한 부분을 다시 찾아야 하는 불필요한 수고가 발생한다. 노트 단권화로 중요한 부분이 압축되면 흐름이 끊기지 않고 몰아서 한 번에 볼 수 있고, 시험 직전에 전 범위를 보기에 편리하다. 그렇기에 노트필기로 공부 시간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노트필기의 중요성은 이제 알았다. 그렇지만 난 처음부터 선생님께 배운 정석대로 노트필기를 하지는 못했다. 필기법을 배우고 노트필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매일 같이 펜이 닳도록 노트를 써내었다. 그렇지만 내가 보이는 성실함과는 무관하게 상담이 거듭되면서 부족한 점들을 계속해서 지적받게 되었다. 노트필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서 선생님께 보여드리면,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며 다시 해오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내가 하고 있던 게 헛된 일이라는 생각에 속상하기만 했다. 그러나 나는 가진 게 성실함 뿐인 사람은 제대로 된 방법 없이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지적을 감사히 여기고 상담 때마다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갔다.
처음엔 복습의 부재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노트의 여백과 요약 정리 칸이 거의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난 진도 나가기에 급급해서 새로운 노트만 계속 작성해 나갔었다. 선생님께서는 복습을 하지 않은 나의 노트 내용을 설명해 보라고 하셨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내용이 그새 머릿속에서 증발해 버린 것이다. 심각성을 깨닫고 그때부터는 적어도 그다음 주에 있을 상담 이전에 복습을 마치려고 노력했다. 실수를 고치지 않는 학생의 모습으로 선생님 앞에 서고 싶지 않았다. 다음 상담 때 나는 이전보다 더 나은 설명이 가능해졌다.
다음으로는 책의 언어를 그대로 노트에 옮겨 적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노트를 작성할 당시에는 이해가 되는 듯했으나 노트를 다시 보면 생소하게 느껴졌다. 선생님께서는 완전히 이해한 이후, 자신의 언어로 노트를 작성해 볼 것을 권하셨다. 그 결과, 다면적인 이해가 가능해졌으며 개념이 제대로 내 것으로 소화될 수 있었다. 개념에 대해 전혀 없는 사람도 설명을 통해 이해시킬 수 있었다.
세 번째로는 개념이 체계 없이 중구난방으로 펼쳐져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책이나 강의자료로 개념을 숙지한 이후 개관을 작성한다. 그러고 나서 주제에 번호를 매겨 들여쓰기로 상위 하위 개념(대, 소주제)을 구분하면 되었다(이 글의 구조처럼). 글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와 체계적으로 개념을 탑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는 강의 후 제때 노트필기를 통한 복습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했다.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안 좋았던 이유는 돌이켜보면 수업 직후엔 복습을 미루다가(혹은 공부의 우선순위를 지키지 않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해서) 시험 기간에 내용 이해와 노트필기를 몰아서 한 탓이었다. 중간고사 이후엔 책에 제시된 모든 지식을 세세하게 알지는 못해도 큰 흐름을 가져가려고 노력하며 복습을 제때 마칠 수 있었다. 그 결과, 내가 힘들어하던 생화학 과목의 기말고사에서 1등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4. 상담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상담 이전의 나는 스스로 만들어 낸 강박 때문에 항상 불안해하며 공부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하는데, 오늘 공부 시간이 너무 적은데, 공부한 내용인데 왜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 이거 완전 시간 낭비 아니야. 상담은 자신을 옭아매는 이러한 강박들에서 벗어나 내가 공부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선물해 주었다.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공부 루틴 속에서 나는 점차 안정감을 얻게 되었다. 비로소 난 공부할 준비가 된 것이다. 이제 나는 어떤 공부를 하든 두려움을 걷어내고 당당한 태도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이기는 방법을 알고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오늘도 자신을 의심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당신에게 학습상담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특히, 현재 전공과 맞지 않다고 느끼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나, 늦은 시작 탓에 뒤처지지는 않을지 불안해하는 당신이라면 전과학습클리닉이 큰 힘이 될 것이다. 당신 안에서 날뛰는 불안을 잠재우고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를 마주하고 싶다면 상담 신청을 적극 권한다. 상담은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내버려둔 과거를 부끄러워하라. 부족한 자기 모습을 마주하고 고쳐나갈 준비가 되었는가? 자, 우리 함께 공부의 자유를 향해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