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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6회_ 가작] 나를 찾아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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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불안과 걱정, 과거에 아픈 상처를 적어도 한 개씩은 안고 산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그것들을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결국 개인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속에서 곪아 문드러지곤 한다. 나 역시 내 안에 있는 상처와 고민을 감싸 안고 힘들어하는 시간을 보냈다.


2학년 2학기, 학과에서 가장 친했던 친구와 사이가 멀어졌다. 돌이켜보면 별것도 아닌 일이었으나, 우리는 서로에게 못할 말까지 입에 담으며 결국 인사조차 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멀어졌다는 상실감과 싸우는 기간 동안 겪은 상처들이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그 일은 큰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 후 누군가와 멀어지거나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것이 두려워 친구들과 가벼운 의견 충돌이나 다툼이 있을 때 과하게 눈치를 보게 되었다. 잠을 자는 것도 힘들었으며 감정 기복이 심해져 한동안은 학교 수업을 나가는 것도 벅찼다. 낮에는 무기력하고 우울감이 심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밤이 되면 갑자기 잠을 자지 않아도 될 것처럼 기분이 붕 뜨곤 했다. 경험해보지 않았던 감정들이 무서웠다. 나의 힘듦을 누군가에게, 정말 아무라도 좋으니 다른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학교에 심리상담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민하지 않고 바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심리상담을 신청했다. 다행히 오래 대기하지 않고 바로 해석 상담을 받고 본격적인 상담 프로그램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상담은 총 10회 과정으로 진행됐다. 10회의 상담 이후 변화가 없다면 상담횟수를 추가할 수도 있다기에 마음이 편해졌다. 무엇보다 상담 선생님의 따뜻한 말투와 표정 덕분에 편하게 하고 싶은 말들을 할 수 있었다. 첫 상담 시간, 어떤 이유로 상담을 시작했는지 말했다. 한 학기 동안 있었던 일들을 쭉 말씀드렸고 나의 힘든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그동안의 일들을 말하고 이제 상담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차례였다. 하지만 상담 선생님의 반응은 내가 예상한 것과는 달랐다. 내가 겪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조언 대신 그때 내가 겪은 ‘감정’이 어땠는지 지속적으로 여쭤보셨다. “그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어떤 감정을 느꼈어요?”라는 질문을 틈틈이 하셨다.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황했다. 사실 상담 초반 줄곧 이런 질문만 하시는 상담 선생님이 답답하기도 했고, 자꾸 내 감정을 말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질문에 진심을 담아 답하다 보면 성숙해질 것이라 믿었다. 그 결과 힘들었던 경험들에 추상적인 감정표현 대신, ‘화가 났다’, ‘서러웠다’, ‘배신감이 들어 눈물이 났다’와 같이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 꾸준히 구체적인 그때의 감정을 표현해보니 점차 치유 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힘들 때, 단지 ‘힘들다’, ‘기분이 좋지 않다’와 같이 구체적인 감정이 아닌, 추상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선생님과의 상담과 연습을 통해 그때의 힘들었던 나를 다시금 들여다보고 내 감정들을 솔직하게 만져보며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상담 선생님께서는 내가 구체적인 감정을 말하면, 과거에 비슷한 감정을 느낀 또 다른 상황이 있었는지 여쭤보곤 하셨다. “저는 주로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느껴요”라고 이야기하면 과거에 그런 감정을 느낀 경험을 궁금해하셨다. 이 과정 역시 처음에는 쉽지 않았으나, 자연스럽게 나의 과거의 아픈 경험을 말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모님과의 관계, 서운했던 여러 상황을 이야기하며 부모님과 겪었던 경험이 현재 대인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깨달았다. 또한 중학교 시절의 힘든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것들이 내가 성인이 되어서 우울함을 심하게 느끼는 것과 관련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 후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을 파악해보며, 이런 감정을 과연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지, 과거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지 나의 과거를 되짚어 보았다. 과거와 현재의 나를 연결하며 현재 심리적 어려움의 원인을 찾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상담 시작 전, 상담이라는 것이 내담자의 힘든 상황과 감정에 대해 상담자가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내담자보다는 피드백을 주는 상담자가 주체가 되는 과정이다. 상담에 있어 주인공은 바로 내담자이다. 이번 상담을 통해서 내담자가 주체가 되기 위해, 상담자의 피드백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내가 상담을 받으며 배운 것은 바로 ‘나를 들여다보고 파악하는 능력’이다. 앞으로 삶을 살아가며 다양한 힘든 일을 겪을 것이다. 이럴 때마다 다른 누군가를 찾아다니며 타인에게 답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는 힘든 일을 겪었을 때, 나를 들여다보고 파악하며 나의 마음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 과거 경험과 현재의 나, 그리고 내가 겪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파악하고 이를 잘 다루어낼 줄 아는 것이 바로 건강한 내면을 가진 어른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담을 받기 전 나는 마음을 다루는데 미숙한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미숙함을 성숙으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상담프로그램을 통해 성숙해지는 방법을 배웠다. 또, 10회 동안 상담을 진행해주신 선생님은 언제나 따뜻하게 진심으로 나를 대해주셨다. 나의 마음을 스스로 잘 이해하고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단단한 내면을 가질 수 있는 힘을 주신 상담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과거에 비해 정신과, 심리상담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정신적, 심리적 어려움에 대한 인식이 많이 수용적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그 문턱을 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내가 상담을 받았다는 것을 아는 주위 친구 중에서도 상담을 받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용기내는 것을 힘들어한다. 상담센터에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두렵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는 똑같은 이유로 상담을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딱 한번 그 어려움을 이겨내면 그 뒤로는 전혀 힘들지 않고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고 친구들에게 말하곤 했다. 결국은 스스로가 용기를 내면서도 동시에 사회적인 인식이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독감에 걸렸을 때 내과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듯, 눈병에 걸렸을 때 아무 고민 없이 안과에 가듯, 마음이 아플 때 걱정하지 말고 상담센터로 갈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라고 있다. 아울러 상담을 고민하는 모든 학우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당히 상담을 받아도 된다고 다시 한번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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